썰계2012-2015
2012년 6월 1일 유정인호 화랑au였던듯
유정이 혼자 활시위를 당긴채로 길을 걸어가고 있는데 수풀 쪽에서 무언가 바스락 거리더니 왠 남자애 한명이 모습을 드러냄. 머리색이 연한 갈색인, 아주 보기드문 머리색을 한 남자애인데, 사냥꾼의 아들인듯 등에는 화살통을 매고, 손에는 새가 앉는...그거 뭐지...여튼 토시같은걸 하고있음. 유정은 갑자기 나타난 아이의 모습에 놀라서 활시위를 놓을뻔해. 근데 이 남자애는 방금 자기긴 죽을 뻔한걸 모르는건지 아님 담력이 쎈건지 눈하나 꿈쩍안하고 유정을 빤히 바라보더니 "나라면 산신령님을 화나게 하지 않을거야."하고 말하더니 어디론가 사라져버려. 유정은 멍하니 아이의 말을 곱씹어 보다가 아이의 뒤를 쫒아가지. 유정은 화랑이야. 왜냐면 수빈님과 커피님이 밑밥을 다 깔아주셨으니까지. 여튼 그는 화랑답게 아름답고 용맹하고 지혜로운 남자였지. 화랑들 중에서도 으뜸이었던건 말할것도 없어. 쩔어주는 유정님은 과거에서도 쩔어주는거임^p^ 그런 그가 어느날 왕명을 받고 인호가 살고있는 마을로 온거야. 이 산길에 집채만한 호랑이가 있는데, 그 호랑이가 상인들의 길목을 막고있다고 하거든. 그래서 유정은 왕명으로 이 산의 터줏대감인 호랑이를 잡으러와. 어째서인지 자신 혼자 명을 받은데다가 아무리 실력이 뛰어나도 경험은 없었기 때문에 그는 매우 긴장한 상태였어. 그러다가 매우 흥미로운 말을 하고가는 소년을 만났는데 당연히 그 뒤를 따라가봐야하지 않겠어? 잘하면 호랑이가 있는곳 까지 안내해줄지도 모르는 일이고. 그렇게 유정이 소년의 뒤를 쫒는데, 산에서 나고 자란 아이라 그런지 엄청 빠른거야. 길을 걷는데 거침이 없어. 분명 험난하고 위험한 길인데도 마치 평지 처럼 걸어가는 거야. 유정은 신기하고 또 의아해하면서 소년을 뒤쫓아. 아무리 사냥꾼의 아들이라 하더라도 마을에서 너무 먼곳으로 떨어진 산속으로 들어가는걸 보니까, 의문이 드는거지. 이 깊은 곳에 집이있는걸까? 아님 자신이 쫓아오는걸 알아채고 심술을 부리는걸까. 여튼 그렇게 힘들게힘들게 소년의 뒤를 쫓다가 드디어 소년이 멈춰섰어. 소년이 멈춰선 곳엔 다쓰러져 가는 나무집 한 채가 있었지. 소년은 그곳에 도착하자마자 뒤를 돌아보며 유정을 쏘아봐. 날카롭게 올라간 눈꼬리가 매섭게 유정을 바라보고 있었어. 유정은 말없이 소년을 바라보다 입을열어.자신은 왕명을 받아 이곳에 사는 호랑이를 잡으러왔다고. 길 안내를 해주면 보상은 충분히 하겠다고. 그러자 소년이 이를 바득 가는거야. 그러더니 휙돌아서 집안으로 들어가. 당황한 유정은 멍하니 아이가 들어간 집을 바라봐.이런 취급은 첨이얏..! 아앗, 사랑에 빠질것 같을리가 없지. 유정은 화가나. 이런 취급은 처음이야. 본래에도 귀족으로 태어난 데다 화랑으로서 명성도 높은 그는 한낱 사냥꾼의 자식 따위가 자신에게 불손하게 대하는걸 보고 분노를 느끼지. 그래서 목을 풀고는 큰소리로 무엄하다! 하고 외치는데 그 순간 문이 열리면서 책하나가 유정의 머리로 날라오는거야. 그리곤 소년의 "시끄러워" 소리가 들리더니 다시 문닫는 소리가 쾅. 이제 유정은 머리끝까지 화가 났어. 그는 백성을 함부로 대하진 않지만, 양반으로써의 프라이드? 자존심? 같은 하고 외치는데 그 순간 문이 열리면서 책하나가 유정의 머리로 날라오는거야. 그리곤 소년의 "시끄러워" 소리가 들리더니 다시 문닫는 소리가 쾅. 이제 유정은 머리끝까지 화가 났어. 그는 백성을 함부로 대하진 않지만, 양반으로써의 프라이드? 자존심? 같은 아니 생각보다 얄쌍한 허리랑, 소년의 어리고 성별구분이 모호한 얼굴에 순간 유정이 멈칫. 그리곤 당황해서 아니, 그, 소저...? 미안하오. 하는데 새치름하게 눈을 뜬(그렇게 보이는) 소년이 유정을 보면서 코웃음치는거야. "신령님을 해하려 할때부터 제정신이 아니라곤 생각했지만 진짜 정신나간 놈이잖아?" 졸지에 유정은 거죽만 멀쩡한 미친놈이 되버리지. 근데 유정은 화낼 타이밍도 놓친 상태야. 만약 여자라면, 그래도 자신에게 저지른 무례가 용납되는건 아니지만, 그래도 만일 여자라면...? 남녀칠세 부동석인 이 사회에서 여성의 살갗을 자신이 본거라면? 아니 이게 무슨 멘붕이요!! 유정은 혼란스러워. 매너남인 유정은 지금 당장 이 여자에게 내가 책임질게! 하고 말해야하는건지 아님 이대로 모른체 해야되는지 모르겠어. 그렇게 유정이 얼어 있는 사이에 소년은 옷을 다갈아입고 유정을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고는 방옆에 쪽문으로 상을 차려서 가져와. 그러곤 아직도 혼란스러워 보이는 유정에게 야, 밥먹어. 하고 거지 동냥해주듯 말하지. 유정은 멘붕상태라 얼떨결에 밥까지 얻어 먹어. 아직도 저게 남잔지 여잔지 알쏭달쏭. 하는짓은 영락없는 사내인데, 얄쌍한 허리와 손목. 새침한 계집마냥 치켜올라간 눈꼬리는 여자같아 보이는거야. 아, 유정이 착각하는 이유는 소년의 나이가 어린탓도 있어. 유정이 16정도고 소년은 12정도의 나이거든. 늦는 애들은 아직 까지 2차성장기???맞나?가 안왔을 때니까. 겁나 헷갈리는거야. 그래서 일단 유정은 자기가 화난건 잊기로하고 다시 조근조근 말을 꺼내봐. 나는 꼭 이 산에 호랑이를 잡아야한다, 네가 길 안내를 해줘라, 하고 말하는거야. 그런데 이 아이는 여전히아직 까지 2차성장기???맞나?가 안왔을 때니까. 겁나 헷갈리는거야. 그래서 일단 유정은 자기가 화난건 잊기로하고 다시 조근조근 말을 꺼내봐. 나는 꼭 이 산에 호랑이를 잡아야한다, 네가 길 안내를 해줘라, 하고 말하는거야. 그런데 이 아이는 여전히 유정에 말에 코웃음치거나, 이를 갈거나, 짜증내는거야. 이대론 정보를 얻을수 없어. 유정은 일단 좀 친해져야겠다 싶어서 이름을 물어봐. 그동안 타이밍을 놓쳤었는데 잘 되었음. 여튼 통성명을 하지. 유정은 자신에 대해 거창하게 늘어놓지않고 그냥 나이, 이름정도만 말해. 그리고 소년이 입을 열때까지 기다리지. 소년은 잠시 말이 없다가 "백인호. 12살. 참고로 남자다"하고 자기 성별까지 딱 박아두지. 유정은 역시 남자인가 하면서 묘하게 아쉬어하는...여튼 그렇게 통성명을 하고 대화를 조금 나누다가 인호에게 하룻밤만 묵어도 되냐고 물어. 인호는 못마땅한 얼굴을 하긴하지만 그러라고 해. 그렇게 유정이 인호의 집에서 점심,저녁 까지 다 얻어먹고 잠까지 자려고하지. 그리고 밤이 되고 잠자리에 누워서 슬쩍 입을열어. 혼자야? 하고. 집엔 인호말고는 사람 흔적이 없으니까. 이 시대가 아무리 성인의 기준이 되는 나이가 어린 나이라곤 해도 아직 한사람 분량의 일도 못할것 같은 애가 혼자사는것 같으니까, 이상한거야. 인호는 대답이 없어. 그렇게 한참말이 없다가 유정이 포기하고 잠들때 쯤 목소리가 들려오지. 누나가 하나있어. 양반집에 첩으로 끌려갔지만, 자기랑 살던 친누나가. 부모님은 모두 10살때 돌아가셨어. 하고. 그리곤 조금 몸을 뒤척이더니 잠이든듯해. 다음날, 인호가 밥을 차려주고는 어디론가 나가려고 하는 모습에 유정도 자리에서 일어서. 어디가? 하곤 묻지않아. 간밤에 풀어뒀던 칼과 화살을 챙긴 유정이 인호를 따라나서고, 인호도 별말이 없어. 따라오게 두는거지. 그렇게 서로 말없이 숲속 깊은곳을 걷기 시작해. 어느정도 걷다가 인호가 멈춰서. 그리곤 예리한 눈으로 주위를 훑어보더니 무언갈 찾아내. 인호가 찾아낸것 덫이었어. 호랑이를 잡으러온것은 유정뿐만이 아닌거지. 인호는 여기저기 널려있는 덫을 몽땅 회수해. 그러고는 말없이 또 걷는거야. 이제 유정은 인호의 행동이 궁금하기 까지해. 왜이렇게까지 하는걸까, 신령님이라곤 부르지만 짐승일 뿐이잖아. 그런데 왜 이렇게 까지 하는걸까. 그래서 유정은 인호에게 넌지시 물어.네가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가 뭐냐고. 그 물음에 인호는 자리에서 멈춰서더니 유정을 빤히 쳐다봐. 그러다가 흘러가는 말투로 은혜를 갚는것 뿐이야. 하고 말해. 그리고 꽤나 개구쟁이 같은 얼굴로 그리고 이거 팔면 돈이 꽤 되거든. 하고 말해. 어제 처음보긴 했지만 인호가 웃는것도, 그 나이 또래처럼 개구진 모습을 하는것도 처음봐. 유정은 어째서인지 가슴이 두근거리는걸 느끼지. 저 아이가 상당히 마음에 들어. 화랑은 남자로만 구성되어 있어. 군대 수준? 근데 화랑의 첫번째 조건은 외모야. 여자없음, 외모 한가닥함 그런 애들이 모인곳이지. 그런곳에 당연히 동성애가 존재하겠지. 유정은 그런곳에서 온 아이야(수군수군) 결론은 동성애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곳에서 온 유정이. 인호가 마음에 들었대. 그렇다면? 지금 유정은 인호한테 첫눈에 반하거야! 근데 이 빙신은 또 그걸 눈치 못채. 그래서 일이 끝나면 인호를 데려가야겠다, 하고 넘어감.. 그리고 인호가 '은혜'라고 말하던것도 스킵. 섬세한 감성과 배려로 스킵한게 아니라 첫눈에 반한 충격으로 인해 어떻게 인호를 데려갈것인가, 만 생각하다 스킵한거. 흡, 젠틀맨 유정 어디갔어ㅜ 여튼 인호에게 반해서 이젠 모든 행동이 예뻐보이는 유정은 인호를 예쁘다예쁘다 하며서 뒤따라. 인호가 이제 한구데만 더 가고 마을로 데려가주겠다고해. 유정은 인호를 떠날 생각이 없으니 그래, 그래 하고 말하지만 어떻게 얘를 꼬셔 데려갈까, 하고 생각뿐. 그렇게 마지막 장소를 들르는데 그쪽이 소란 스러운거야. 순간 길게 울리는 짐승의 울음소리도 들려왔어. 순간 인호의 안색이 창백해 지면서 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달려가. 유정도 얼떨결에 뒤따라가지. 얼마가지 않아, 소리의 근원지를 찾아내. 그곳에선 열댓명의 사내들과 여기저기 상처입은 호랑이 한 마리가 사투를 벌이고 있어지. 인호는 어떠한 망설임도 없이 활을 꺼내서 곧바로 사람을 향해 활시위를 놓아. 마침 호랑이의 옆구리를 창으로 찌르던 남자의 팔에 화살이 박혀. 남자는 갑작스러운 공격에 비명을 지르고 그것에 놀란 다른 사내들도 우왕좌왕 하는 사이에 호랑이가 두어명 의 사내를 물어뜯고는 훌쩍 뛰어서 인호의 곁으로 다가와. 인호는 자신의 곁으로 다가온 호랑이의 콧잔등을 쓸어주다가 매서운 눈으로 사내들을 쏘아보면서 소리치지. 네 놈들 따위가 산의 신령님을 해하고도 무사할것 같으냐. 여기서 모두 꺼져라. 지금이라면 내가 용서를 구해보겠다, 하고 말이야. 위엄있게 말하긴 했는데 인호는 끽해야 이제 막 앳된티를 벗어내고 있는 어린아이야. 그러니 사내들이 그 말을 들을리가. 비웃음보다는 사내들의 분노를 사. 어린애 주제에 자신들에게 활을 쏜것도 용서할 수가 없어. 그래서 사내들은 칼을 뽑아들지. 반대로 인호에게 화를 내면서 너야 말로 지금이라도 용서를 빌고 그 호랑이를 넘겨주면 살려주겠다고 하는거야. 우리도 너같은 꼬맹이를 죽이고 싶진 않다고. 하지만 인호는 콧방귀만 뀌고는 호랑이의 상처를 살펴봐. 그리곤 유정에게 곁눈질을 해. 도와달라는 눈빛이 아니라 넌 저리 비켜 있어라, 하는 눈빛. 유정인 그 눈빛을 받으니 별로 도와주고 싶지 않았던(물론 인호가 위험하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지켜내겠지만) 마음이 싹 바뀌어. 자신이 잡아야할 호랑이 이기도 하고 인호에게 거치적 거리니까 꺼져 의 눈빛을 받으니 자존심이 와장창. 기분도 와장창. 괜히 저 사내들에 대한 분노가 급상승~ 하는 상태거든. 그렇게 유정이 말없이 검을 빼들자 인호가 어휴, 저 놈 새끼 저거 말도 더럽게 안듣네 같은 표정을 지으면서 다시 활시위를 당기지. 그리고선 다시 사내들에게 경고하듯 말해. 더이상은 용서 하지 않는다고. 지금이라도 돌아가라고. 그런데 돌아가란다고 갈거면 이 깊은 산속까지 올리가 없잖아? 그리고 기껏해야 어린 꼬맹이 한테 저런 소리까지 들으니 가오 상해서라도 안꺼짐. 그렇게 사내들과 인호&유정 팟 끼리 싸움 액션씬은 과감히 생략한다. 중간에 호랑이가 난ㅋ입ㅋ 카오스 상태가 되기도 한다는것만 알아둬★ 그렇게 사내들이 목숨만 간신히 유지해서 떠나고 인호는 흐르는 땀을 닦아내며 호랑이의 상처를 살피면서 혀를 차는거야. 옆에서 힘들어하는 유정 따위 아웃오브안중ㅋ허리춤에 달린 주머니에서 약을 꺼내고선 호랑이 에게만 치덕치덕. 싸우면서 팔을 다친 유정은 그 모습을 매우 애처롭... 이 아니라 어이없게 바라보지. 근데 여기서 나는? 하고 물어보면 찌질해지잖아... 그러니까 입다물고 쓰라린 상처에 혼자 끙끙거리는데 호랑이의 상처 치료를 끝내신 백의의 천사ㅋ 인호님이 안 아픈척, 시크한 척 하는 유정님을 봄. 아, 이놈도 있었지 하면서 선심쓰듯 상처를 치료해 줘. 근데 유정은 그 모습에 찌잉... 야 이 호구야....콩깎지가 씌인 남자는 병신이 되버리고.. 약을 발라주고 붕대를 다 써버린 인호가 자신의 옷을 찢... 지 않고 유정의 옷을 찢어서 붕대까지 메주고는 자리에서 일어서. 그리곤 이제 돌아가자, 하는거야.유정은 또 말없이 고개를 끄덕 하는데 인호의 옆에서 얌전히 앉아있는 호랑이가 신경쓰여. 그래서 이 호랑이, 아니 산신령님이 너를 상당히 잘 따르는것 같은데? 하고 반쯤 비꼬듯 물어봐. 인호는 별거 아니라는 듯 어깨를 으쓱이고는 아, 신령님이 5살때 냇가에 빠진 자신을 구해준 이후론 조금씩 친해졌다고. 하고 얘기해. 사실은 인호의 부모님이 돌아가셨을 때 인호와 인호의 누나를 살려준게 이 호랑이.. 였다는 내용도 있지만 평생 내 머릿속에만 있을 것 같으니 슬쩍 적어보자. 여튼 인호는 진심으로 고마워 하고, 또 이 호랑이가 정말 신령님 이라고 믿고 있어. 이 시대의 신앙으로 당연시 여겨진 것도 있고, 정말 이 호랑이에게서 풍겨지는 포스가 남다르거든. 산에서 나고 자란 인호보다 더 산을 잘 알기도 하고. 아.. 이건 당연한건가. 여튼 자기가 하는 말도 다 알아듣는것 같기도 하고 가끔 산에서 길을 잃으면 길 안내도 해줌. 이런저런 이유로 인호는 호랑이를 신령님으로 모시는 한 편, 엄청 애낌. 딱히 또래가 없었던 이유로 호랑이랑 자주 놀기도 했고 말이지. 하지만 구구절절한 이야기 까지 유정에게 말하진 않아. 그대신 눈을 매섭게 뜨고는 너도 신령님을 건들 생각하지 말라고. 하면 활로 쏴버릴거라고 해. 유정은 피식 웃으면서 안한다고 이야기 해. 이제 이 호랑이에게 집착할 이유가 없는 한편, 괜히 인호를 긁어서 인호가 자신을 싫어하게 되는것도 싫거든. 그런것 보단 인호를 잘 꼬셔서 데려가는게 지금 유정에겐 제일 중요한 일이지.... 이 이후에 또 이야기가 길어지는데... 난 화랑 이야기가 쓰고 싶다... 이 이후엔 유정의 계략, 유정이 홀로 임무를 맡은 이유, 호랑이를 왜 잡아야 하는가가 나오긴 하는데.. 으어어..
유정인호 2012년 6월 15일
문득 그러한 꿈을 꾸었다. 엉망이된 방한켠에서 울부짖다가 자신의 몸에서 세어나오는 눈물이 핏물이 되어 방안을 가득 채우는 꿈. 그것을 보며 울부짖다가 빛이 세어들어오는 방문 틈새로 자신보다 조금 어린 동생이 넋이 나간 얼굴로 멍청하게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그런꿈. 그리고 그 모습이 하도 우스꽝스러워서 터져나오는 울음과 온몸 구석구석을 저릿하게 만드는 통증에도 저도 모르게 설핏 웃고말았다. 온 방안에 울음과 웃음과 눈물이 채워진다. 그러다 문득 너무 서럽고 억울해서 딱딱하게 굳어버린 동생을 향해 뭐라뭐라 지껄이다가, 잠에서 깨어나버렸다. 벌써 5년전의 일이었다. 꿈은 꿈이되 현실인 이 꿈은 이미 오래전에 지나간 과거였다. 그녀는 눈물로 얼룩진 얼굴을 닦아내고, 자리에서 일어나 이부자리를 개었다. 그리고 간단히 샤워를 하고 자신의 동거인이 차려놓은 아침밥을 먹었다. 딱히 직업을 가지지않은 그녀는 오늘은 무얼할까 하다가 자연스럽게 화장대 앞에 앉아 치장을 하기 시작했다. 밖으로 나돌아다니지 않더라도 그녀는 자신의 몸을 치장하지 않으면 견디기가 힘들었다. 자신의 반반한 얼굴만이 그녀의 유일한 무기였으므로 그녀는 그것을 가꾸는 것을 취미이자 하루일과로 삼았고, 잠에 들때까지 화장을 지우지않았다. 화장을 마친 그녀는 새로 산 가발을 꺼내어 머리에 썼다. 충동구매로 산것 치고는 품질도 괜찮았고, 무엇보다 마치 자신의 머리인양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그것이 좋았다. 절로 나오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마지막으로 거울을 보며 자신의 외모를 점검한 그녀는 자신의 드레스 룸으로 총총 걸어가 옷을 골라입고는 그대로 컴퓨터 앞에 주저앉았다. 지난번에 봐두었던 상품들을 떠올리며 이번엔 자신의 동생명의로 된 카드를 잔뜩 긁어볼 요량이었다. 분명 떽떽거릴것이 분명하지만 이정도는 괜찮다. 자신과 닮은 그 얼굴을 잔뜩 찌푸리며 화를 내고 읍박을 지르더라도, 결국엔 수그러트리고 말테니까. 병신새끼. 피식 세어나온 실소를 감출 생각도 하지않으며 그녀는 멍청한 자신의 동생을 욕했다. 과거를 생각하면 이가 으득으득 갈리고 손이 벌벌 떨렸지만 지금은 그를 엿먹일 생각뿐이었다. 일단은 50만원부터 시작하자. 새로나온 구두 카탈로그를 뒤지며 그녀는 싸늘한 미소를 지었다. * 그녀의 동거인은 훤칠한 키, 잘생긴 외모에 돈이 많은 집안까지, 뭣하나 남부러울 것이 없는 인물이었다. 그녀가 그와 만나고, 그와 사랑을 나누고, 그와 동거를 하게 된 것은 순전히 우연이었다. 그녀가 남몰래 지원했던 어린이 합창단의 반주를 맡게되면서 둘은 우연히 만나게 되었고, 서로를 열렬히 사랑하게 되었다. 그녀는 어딘가 일그러진듯한 그의 모습이 좋았다. 어디가 좋은지를 고르라면, 멀쩡한 거죽안에 숨겨져있는 비틀리고 응어리진 그 속내가 좋았다. 일그러진 그녀를 일그러진 그가 채울 수 있으리라 생각했고, 그것은 실제로도 이루어졌다. 물론 그의 집안에 쌓여있는 돈도, 그녀에게 아주 좋은 먹잇감이기도 했고. 한창 인터넷 쇼핑을 하던 그녀는 방 한구석에서 똑딱 거리며 소음을 만들어내는 시계를 바라보았다. 그가 곧 돌아올 시간이었다.
->요번에 인하가 학대당하는거 보고.. 생각난거. 인하가 사고로 죽어버렸다면 어떻게 될까. 그걸 인호가 봤다면? 인하가 중얼거린말은 '네가 내 대신 죽어버렸다면 좋았을 텐데.' 였음. 꿈의 주인공은 인하였지만 그 꿈을 꾸는 사람은 인호. 어쨌든 인하 행새하는 인호가 쓰고 싶었는데...
트친님 자캐컾 썰 2012년 6월 16일
만난지 몇 일이 지났는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처음 만났을 때 부터 온세상이 흑백으로 물들어 너만이 반짝 거렸기 때문인지, 나는 이제 그 무엇도 옛날만큼 선명하지 않기 때문에 아직도 얼마만큼의 시간이 흘렀는지 잘 모르겠다. 다만, 너와 함께 있었던 시간만큼은 선명히 기억난다. 너의 염색한 머리카락이 맨먼저 보였던것도 같다. 책장에 가려져 그 꼭대기만 빼꼼히 보여지는 모습이 귀여웠더랬다. 그러다가 내가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너를 보러갔을 때. 물통안에 물감 한방울이 퍼져나가는 것 처럼. 너로부터 시작해 온 세상이 하얗게, 검게 물들어갔다. 나는 마치 색맹이 되어버린 사람마냥 너라는 존재의 색만을 눈에 담을 수 있는 사람처럼. 너만볼 수 있게 되어버렸다. 너를 처음 본 순간 그때부터. 첫사랑이자 첫눈에 반해버린 그 순간부터 아픔이 사람을 성숙하게 하고, 아픔에서 아름다운 작품들이 탄생한다지만 나는 사랑과 행복속에서 너를 위한 노래를 쓰고싶었다. 그래서, 네가 나를 인식하기 전부터 나는 내가 너를 사랑하는 순간을 그려냈다. 아픔따윈 없는 달콤한 순간. 아픔마저 달콤하게 만들어버리는 그 기쁨. 너를 위해 음표 하나하나, 가사를 한글자한글자 적어갈 때마다 내가 얼마나 행복에 젖어들었는지 너는 모를거다. 너에게 곡을 들려주면 어떨까, 네가 좋아해줄까. 가슴을 졸이는 일조차도 너무 설레여서 미칠것 같았다.
네가 좋아해주길 바라고있다. 네가 나를 향해 미소 지어주길 원하고 있다. 지금 이 순간.
'지금 음악실로 와라.' 용건만 간단히 전하곤 제멋대로 전화를 끊어버린 상대가 짜증나기도 했지만, 그의 발걸음은 음악실로 향하고 있었다. 요 며칠사이에 애가 반쯤 미친 모양인지 학교 음악실을 지 개인 연습장으로 삼고는 미친듯이 작곡에 몰두했다. 그 기세가 미친사람의 그 기세를 훌쩍 뛰어넘은 터라, 학교선생님들 조차 수업이 없을때 써라, 하고 허가가 내려올 정도였다. 에라이, 미친놈아. 뭘그리 열심히하노? 제정신이 아닌듯 이제 조금씩 자라기 시작하는 수염조차 밀 생각이 없는(그 말은 곧 그가 씻는것 조차 포기한 상태라는 의미였다) 작곡에만 몰두하기에 한마디 해줬더니 그제야 고개를 들고는 죽음을 임박한 예술가가 마지막 혼신을 다해 작품을 만드는 듯한 표정으로 헤실 웃으며 조금만. 이제 곧 된다. 기다리라. 하고 말하던 터라, 재윤도 반쯤은 그를 말리는것을 포기한 상태였다. 그런놈이 자신에게 연락을 했다는것은 아마 어느정도 정신을 차렸다는 뜻일 터였다. 가서 등짝이나 한대 후두려 패야겄다. 표현은 하지않았지만 그 때문에 걱정으로 속앓이를 해야했던 자신의 분노와 억울함을 모두 모아 혼신의 힘을 다해 두드려 패야지. 그리고 재윤은 음악실 문앞에 서서 주먹을 쥐었다 펴보고는 슬쩍 미소지으며 음악실 문을 열었다. 오늘은 사상 최대의 풀파워로 너를 응징해주겠노라! "왔나?" 익숙한 목소리와 어느새 깔끔하게 차려입은 성현의 모습에 순간 재윤은 깜짝 놀랐다. 분명 오늘 아침까지만해도 폐인이었던 놈이 어느새...무엇보다 재윤이 놀란것은 어느새 준비했는지, 피아노의 옆에는 노란국화꽃과, 장미다발이 푸른색 꽃병에 꼿혀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앞에는 하얀색과 검은색 줄무늬 포장지로 포장된 작은 상자하나가 책상위에 놓여져있었고, 뭔가 잔뜩 꾸미고 싶었지만 꾹 억누른것 처럼 군데군데 무언가를 붙였다 떼어난 흔적도 남아있었다. 너 이새끼.. 멍한 얼굴로 중얼거리자 활짝 미소지은 얼굴이 자신을 반긴다. 니 오늘 생일 아닌가. 내 좀 준비해봤다. 근데 꾸며볼라캤는데 잘 안되서..그냥 선물이랑 케잌하고 꽃만 준비해봤는데... 근데 케잌이..좀..맛이 없을지도 모른다...어쨌든 거 좀 앉아봐라. 내 너한테 줄라고 작곡하나 했거든? 들어줘라. 그리고 속사포 처럼 쏟아낸 말에 넋이나간 재윤이 미처 성현에게 대꾸를 하거나 자리에 앉기도 전에 성현은 기타를 잡아맸다. 사실은 피아노 악보도 있는데...그럼 얼굴을 못보니까. 긴장되는 마음으로 기타를 잡은 성현이 입가에 미소를 띄우며 입을 열었다. 아름다운 운율과 발랄한 그의 목소리가 어우러진 노랫소리가 음악실 안을 가득 매웠다. 너를 좋아해. 너를 사랑해. 첫눈에 네게 반했어. 간질간질 사랑스런 그를 향해 자신의 속마음을 가득 담아 고백한다. 너에게 빠져버린 이후로, 나는 더이상 아무것도 느낄수 없게 되었어. 너에 관한것을 제하고는, 그 무엇도. 짤막한 가삿말에 담을수 있는 최대한의 마음과, 최대한의 사랑을 담아서. 간질거리는 이 마음을, 둔한 너라도 눈치챌 수 있도록. 가슴이 벅차오르도록 행복감에 휩쌓에 성현의 노랫말을 쏟아내는 입술을 움직였다. 네게 이 노래를 들려줄 수 있다는것만으로도 행복한 나를. 네가 눈치챌수있게. 그리고 노래가 끝나는 마지막 음표를 연주하고 난 이후에 그는 곧바로 후회하고 말았다. 자신을 위한 단 한명의 관객은 계속 아무말이 없었다. 그가 원했던데로, 그가 자신의 마음을 눈치챈건가. 그러나 사랑에 눈이 먼 자신은 상대방의 의사따윈 묻지도 않은채 터져나오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그것을 상대방에게 쏟아냈다. 자신이 아무리 그 벅차오르는 감정에서 행복을 느낀다고 하더라도, 상대방 또한 그럴일은 없을 텐데. 그것을 생각치 못하고 섣불리 행동했다. 아, 내가 바보였어. 내가, 내가...그러는게 아니었는데. 추욱 쳐진 어깨가 안쓰러울 정도로, 그는 실의에 빠져버렸다. 이제 다시는 못보면 어쩌지. 이제 그만이 내 세계를 가득 채워줄수 있는데. 만일 그러면...그러면... "야, 고개 들어봐라." 실의 빠진 성현의 머리위로 그림자가 드리워지는가 싶더니 재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때리려나..화를 내려나...경멸할까. 그러나 그 어떤것이 자신에게 주어진다고 하더라도 성현의 그것 조차 기쁨으로 받아줄수 있었다. 다만 조금 슬플 뿐이지. "....." ".....멍청한 놈" 쪽. ..? ??? ???????? 입가에 닿았다 떨어지는 감촉에 성현은 자신에게 무슨일이 벌어졌는지 인식하지 못했다. 얘가 주먹을 입술에 박아넣었나? 아닌데? 이렇게 주먹이 작을리가 없는데?어? 무슨일? 아? 어? 어어어??? "~~~~~!#~!^?!" "시끄러. 자알- 알았다. 그니까, 이제 내만 받아주면 되는거지?" "어?아?어? 재윤아..!" "왜 불러제껴. 멍청한 놈아" 새빨개진 성현의 얼굴을 바라보며 심드렁하게 받아넘기고 있었지만 재윤의 얼굴 또한 붉게 물들어 있었다. "내가 좀 아깝지만.. 이제 부터 사귀면 되는거지?" "...!" 재현의 생일날. 성현의 생일 선물을 빙자한 고백이 먹혀들어가는 순간이었다.
2012년 6월 26일
꿈을 꾸었어요. 아주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꿈을요. 그가 터트린 첫마디는 그것이었다. 사랑스럽고, 아름답다는 말. 꿈을 망각하고 살아가던 그가, 아니, 실상은 꿈과 현실의 모호한 경계선에서 벗어나지 못하던 그가 처음으로 꺼낸말은 그것이었다. 그는 탁자를 두드리던 손끝을 들어 꽃모양을 만드는 시늉을 했다. 아주 아름다운 꿈이었어요. 꿈속에 파란장미가 나왔죠. 파란장미는 물들이지 않는 이상 절대 나오지 못한대요. 그런데도 꿈에선 파란장미가 정원 안을 가득 채우고 있었어요. 물속에서 바라본듯한 빛이 일렁이는 물빛하늘과, 보라색 향이 나는 바람. 푸른 장미의 가시 덩쿨은 검정색이었어요. 그리고 거기에 있었어요. 창백하던 그의 두뺨이 분홍빛으로 물들어갔다. 그는 기뻐보였다. 아주 행복하고 황홀하단 얼굴로, 그는 비밀을 이야기 하는것 처럼 조심스럽게 말했다. 거기에 있었어요. '그'가. 거기에. 나를 보며, 손을 내밀어 주었어요. 그거 아세요? 내 기쁨이 시각으로 표현되었을 때 얼마나 아름 다웠는지. 방울방울 꽃잎 끝에 매달린 물방울들은 반딧불이 되어 날아가고 보랏빛 향은 짙은 분홍으로 은은하게 반짝였어요. 하늘은 물빛 하늘과 달콤한 크림 같은 구름들이 뒤엉켜 별빛처럼 반짝이며 포근하게 머리위에 떠올랐고요. 검게 늘어진 덩쿨은 어느새 보드랍게 저를 감싸줬어요. 아, 그가 저를 보고 웃어 주었던것 같아요. 그것을 뭐라고 표해야할지 모르겠네요. 그의 존재만으로도 세상의 그 어떤 아름다움을 견줄수 없으니. 이토록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꿈을 꾸고나니 누군가에게 말하고 싶어졌던것 같아요. 그말을 끝으로 그는 다시 입을 다물었다. 다른것은 없었구요? 그가 꿈에 나온것 말고는 다른건 없었나요? 질문에도 저의 말이 끝난 존재는 조용히 고개를 젖고는 입을 앙다물뿐이었다. ....그럼 그에 대해 더 이야기 해주시겠어요? 화제를 바꾼것은, 너무나도 오랜만에 입을 연 그에게서 더 많은 대화를 유도하기 위함이었다.
유정인호 2012년 10월 8일
유정의 말투는 유난히도 조용하고, 차분해서 듣고 있노라면 아무리 화가난 상대라도 저도 모르게 조용해지고 만다. 애초에 그 자신이 누군가를 화나게 하는 일은 없었으나 누군가 그에게 억지이유를 들이대며 화를 내더라도 논리정연하고 조용한 목소리로 대화를 하는 그를 보고있자면 상대방도 서서히 목소리를 죽이고 마는 것이다. 그것이 단순히 의연한 상대에게 저 혼자 화를 내고 있는꼴이 우습게 느껴지기 때문인지,저 꼭대기에 있는 것을 끌어당겨 발밑아래 내팽겨치는 듯한 상대의 눈초리 때문인지는 알 수 없었다. 다만 그는, 백인호는 그것을 순전히 다른 방식으로 생각하곤 했다. 상대방은 자신의 태도가 창피해서도, 그의 시선에 깔아뭉개져서도 아니다. 그들은 무의식적으로 그것을 눈치챈거라고 생각했다. 그의 그런 의연한 태도가 끓어오르는 그 속에 무언가를 억누르는, 그만의 자장가 라는 것을. 조용히 숨을 들이마시고 몸안으로 차오르는 분노를 억누른다. 혹은 어떠한것의 감정을 억누른다. 그것이 유정의 '조용한 말'이었고 '식어버린 눈빛'이라고 그는 생각했다. 그는 폭발할듯한 분노를 한번도 내보인적이 없다. 그가 나타내는 최대한의 분노는, 목소리를 깔고 눈동자안에 자신의 감정을 내비치는 정도였다. 그정도 만으로도 위력은 충분하곤 했지만 인호는 그것이 이상하게만 보였다. '차라리 소리를 지르지 그래?' 그걸 어떻게 표현해야할까. 순간 그는 상대의 모든 감정이 자신에게 쏠리는 느낌을 받았다. 수억개의 눈빛들이 그를 바라보고 의문,탐색,분노,슬픔,호기심,기쁨을 담은 채 무언가를 외쳤다. 순간 덜컥 숨이 막히고 막연한 공포감에 그는 몸을 떨었으나 그것은 한순간에 사라져버려서, 둥글게 휘는 유정의 눈꼬리를 바라보는 순간 모조리 잊어버리고 말았다.
->까지가 글로 쓴것. 그 다음부터 인호는 묘하게 자신을 대하는게 달라진 유정을 느낌. 인호는 눈치만 빠르고 자신의 촉이 어디서 감을 받아 움직이는지 몰라서 그저 찝찝해하고 있었음. 딱히 크게 달라진것도 아니고 정말 미묘했기 때문에 같이 지내는게 불편한것도 아니라서 그냥 신경끄기로 하는데, 어느날 인호가 유정에게 실수를 함. 큰 실수는 아니었는데 유정의 물건을 부수는? 그런 실수였음. 그것도 유정의 아버지가 주신 물건. 보통 유정은 한숨을 푹 쉬고 괜찮다고 말하곤 했는데 이번은 뭔가 다름. 싸늘한 눈초리라던가, 잔뜩 힘이 들어간 억양이라던가. 미안~ 하고 사과 하던 인호는 깜짝놀라고 말아. 이런 표정은 본적도 없고, 평소엔 감정을 죽이는 애가 자신에게 마음껏 화를 내고있는 것처럼 보이는거야. 근데 그게 살떨리게 무서웠다는게 흠이지. 인호가 흠칫하다가 적반하장으로 야, 그럴수도 있지!하는데 다시 한 번 그 눈빛을 받으니 기가 죽어버리는거야. 그래서 눈을 못맞추고 있는 유정이 다가와서 앞으론 그러지마, 조심할거지? 하고 말하는거야. 인호는 뭔가 못마땅하지만 반박은 할 수 없으니 그러마, 하는거지. 그 이후로도 유정은 묘하게 자신에게 감정을 표출하는 일이 많아진다고 느껴. 진심으로 웃는다던가, 폭소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던가, 화를 낸다던가. 생소하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한데 딱히 나쁜 기분은 아니야. 자신과 거리가 좁아진 느낌? 제일 친해진 친구? 그래서 본인도 꽤 즐기는데 그게 끝이 아니라는거지. 유정은 인호의 일에 간섭하기 시작해. 처음엔 이것저것 챙겨준다던가, 이건 이렇게 하는게 낫지않겠는가, 조언해준다던가 식으로 조금씩 간섭하기 시작하지. 본래 유정은 타인에 일에 크게 관심을 가지지않아. 누군가 도움을 요청하거나 고민상담을 하거나 하면 다들어주긴 하지만 자신이 직접나서서 누군가를 챙겨주는 일은 거의 없어. 그런데 정말 친한 친구처럼 인호를 챙겨주는거야. 그래서 인호는 순수하게 기뻐하기도 했어. 뿌듯하고 우쭐하고. 그런데 어느순간 도를 넘어가기 시작해. 말하지도 않은 일정을 알고있다던가, 레슨 받으러 가는것도 따라고가고 본인도 배우기 시작하면서 감각을 익히고 인호의 음악 스타일?에도 간섭을 하는거야. 그래서 인호는 조금씩 짜증이나기 시작하는데 일이 하나 터짐. 유정이랑 인호랑 크게 싸우는 일이 발생. 그리고 인호의 손이 다치게 되는거야. 싸움의 시작은 인호가 유정의 간섭에 화를 내면서 부터 시작됐어. 챙겨주는것도 좋고, 신경써주는것도 좋은데 음악에 간섭하는것 만큼은 참을 수가 없어서 화를 내는 순간부터 시작됐지. 인호는 그렇게까지 분노하는 유정을 본적이 없어. 미쳐 날뛰는 사람같았지. 조용하게 분노하는데도 미쳐날뛰는걸로 보였어. 둘은 고함을 지르고 눈을 부라리고 주먹을 날렸어. 정확히는 인호만. 그런데도 다친건 인호였지. 유정은 인호의 주먹을 피해서 벽에 짓이기게 만들었어. 괴로워하는 인호를 빤히 바라보다가 손가락을 쥐어펴서 짓이겼어. 손이 부러질때까지. 인호는 생으로 손가락하나 하나가 부서지는 고통을 맛보고, 유정의 분노를 고스란히 받으면서 두려움과 절망감에 기절해버렸어. 유정은 인호가 기절할때까지 손을 짓이기고 나서는 기절한 인호를 가만히 내려다봐. 그리고 이해 할 수 없다는듯 한숨을 쉬고 화가난 표정으로 내려다봐. 유정은 옛날부터 자신의 감정을 잘 조절했어. 화를 내는 일은 거의없고, 화를내도 그 분노가 남들에게 피해를 주는 일은 없었단 말이야.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지도 않고, 욕설을 내뱉지도 않고, 주먹을 날리지도 않았어. 그건 본인의 의사가 아니었지만 그렇게 했어. 안그러면 그의 아버지가, 어떻게 나올줄알고 있었으니까. 그래서 유정은 남모르게 속으로 분노를 삭혀왔단 말이야. 그런데 아무도 알아주지않던 그걸 인호가 눈치채줬어. 화를 내도 좋다고 말해주고. 허락해 준거야. 유정에게 인호는 이해자야. 자신이 무엇을 해도 이해해줄수있는 존재지. 인호가 자신의 감정을 눈치채준 순간부터 그렇게 된거야. 인호의 의사와 상관없이. 그래서 유정은 인호에게 자신의 분노도 표출하고, 즐거움도 짜증도 우울한 기분도 전부 보여줬어. 그리고 인호를 자신의 울타리 안으로 넣어준거야. 유정은 제 울타리안에 있는건 끔찍하게 아끼는 편이야. 그게 아직까지 사람이 된 적은 없었지만 이제부터 인호가 그 안에 들어갔단 말이야. 그래서 유정은 인호에게 관심을 쏟아부은거야. 모든걸 보여줄 수 있는 이해자, 자신의 울타리 안에 들어올수있는 유일한 사람. 그래서 유정 에게 인호는, 모든걸 보여줄수있고, 모든걸 쏟아 부을수있고, 반대로 모든걸 이해해주는 사람이야. 인호는 유정을 이해해야해. 뭘하든, 전부 인정해줘야한단 말이야. 그래서 유정은 죄책감따위 가지지않았어. 이해해줘야지. 화를 내도 좋다고한건 인호잖아? 그렇잖아? 유정은 인호를 끌어안고 병원으로 데려다줘. 많이 안좋다는 소식을 듣지만 유정은 상관없어.불능이 되면 더 좋지. 자기것이 되버린게 다른 사람들 눈앞에서 돌아다니는 꼴을 보는것도 거슬리고. 더 이상 피아노를 치겠다고 홀로 다니지도 않을거고, 기가 죽어서 축쳐져있는걸 보듬어주면 그쪽도 자신을 더 봐줄테니까. 집착같은 감정이 어느새 생겨버렸는지 모르겠네. 어쩌다 이렇게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그것도 나쁘지 않겠다고 생각해. 유정은 흐뭇한 얼굴로 병실에서 잠들어있는 인호의 볼을 쓸어주고 손끝에 키스해. 발악은 하겠지만, 지쳐버릴때까지 몰아부칠거니까. 잔뜩 괴롭힐거니까. 자신의 감정을 모조리 쏟아버릴 테니까. 눈을뜨면 자신을 두려워하고 거부하겠지만, 시간이 지난뒤엔...
끝. 그만쓴다~_~ 자신을 이해해주는(준다고 믿는)유정이 인호를 마구괴롭히는 유정이 보고파쪗.. 너는 내 진짜 모습을 알잖아? 알고있다면 전부 이해해줘야지! 같은 느낌.
유정인호 2012년 10월 19일
그는 순간 숨이 막혀 말을 할 수가 없었다. 호흡과 함께 내뱉어졌어야 할 몇개의 글자들은 입안에서 내뱉어지지 못한 채 뭉개지고, 눈앞은 거뭇하게 죽어버렸다. 그것은 찰나의 순간이었을 뿐이지만 명백한 죽음의 체험이었다. 육체의 죽음과도 같은 죽음의 체험. 반짝반짝 빛무리가 눈앞의 존재들을 밝혀주는 것을 바라보며 그는 그 순간을 벗어났다. 부들부들 떨리는 왼손이 그를 나락으로 끌어내린다. 식은땀이 비질 세어나오고 지금 당장 땅이 꺼져버릴것 같았다. 백인호씨. 의아하게 바라보는 여자의 모습에 그는 등뒤로 떨리는 손을 감추고 너스레를 떨었다. 야, 개털. 넌 이런 놈이 어디가좋다고.. 힐끔 그 옆에 서있는 상대를 살피니 바라보는 눈초리가 매섭다. 그도 지지않고 눈을 부라렸다. 가슴속 깊숙한 곳에서 부터 증오가 샘솟아 올랐다. 퐁퐁퐁 물방울들이 튀어오르며 그의 몸을 진동시켰다. 그는 더욱더 눈에 힘을주고 인상을 잔뜩 찡그렸다. 그리고 괜한 이죽임을 해대며 여자에게 몇 마디의 헌담을 주절거렸다. 그의 시커먼 속내를 거리낌없이 떠벌거리고 증오를 숨기지않는다. 등골을 서늘하게하는 눈빛에도 꿋꿋히 입을 놀렸다.
아카미도 2012년 10월 25일 트친님 드린 글
야스님 드리는 글입니다. 긴글은 멘션으로 보내는 법을 모르겠다. 원래 안 되나. *주의 사항* 저는 쓰레기를 창작했고 이 창작물은 야스님이 처리해 주신다고 하셨으니까 쓴거..였는데 역시 쓰레기. 짧고 내용 없음 주의. 허무 주의. 망함 주의. 모든건 묘사력 부족한 내 탓
'개'는 언제나 그를 바라보고 있다.
결좋은 녹빛의 털은 언제나 곱게 빗어 단정하게 정돈하고, 답답할텐데도 길게 뻗은 목에는 주인이 선물한 붉은 보석이 박힌 목걸이를 걸고 있다. 단 한번의 손길을 준적이 없어도 개는 언제나 깨끗하고 단정한 모습으로 그의 곁을 지키고 있었다. 주인이 걸어준 목걸이가 햇빛을 받아 반짝하고 빛이나자 흐트러짐 없이 올곧은 자세로 등을 쭉 편채 그의 뒤를 지키고 있던 개는 햇살이 눈부신지 살짝 눈을 찡그리고 머리를 털어냈다. 그는 말없이 웃는다. 답지않게 커다란 보석이 박힌 목걸이를 건 채 햇살에 반사되는 빛에 짜증을 내는 그 모습이 어딘가 우스웠기 때문이었다. 아무리 선물로 건낸 물건이라지만 정말로 그 목걸이를 한시도 빼지 않고 가지고 다닐줄은 몰랐다. 거기다 '꼭 하고 있어.' 라는 말을 기억하고 있는지, 목에서 벗어내려고 하지도 않는다. 개는 이렇게 충성적이다. 그가 하는 말 한마디, 사소한 말 한마디라도 철저하게 따르고 기억했다.
평소엔 영 귀찮기만 했던 그것이 어느덧 사랑스럽고 소중하게 느껴지게 된다. 아, 곤란한데. 좌우가 다른 눈동자가 휘어지는 눈살에 가려지면서 웃는 얼굴을 만들어냈다. 시선을 눈치 챈 개가 이쪽을 바라본다. 곤란해. 정말로.
그는 언제나처럼 한 발자국 뒤에서 자신을 지키고있는 개에게 손짓했다. 커다란 덩치의 개에게 다가오라고 말하고, 무릎을 꿇고 눈을 맞추게 했다. 그의 손길이 부드럽게 개의 머리를 쓸어내린다. 미도리마.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이름을 부르고 얼굴을 잡아당겨 귓가에 속삭이면 움찔하고 떨리는 몸이 꽤 귀엽다. 그는 터져나오는 웃음을 참기 위해 애썼다. 슬금 터져나오는 웃음을 꾹 참아내며 달아오른 귓볼을 입술로 살짝 물고 핥아내리듯 끈적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지금 당장 나를 즐겁게해봐"
이것은 단지 심술일 뿐이다. 자신에게 곤란한 상황을 만들어낸 개에게 부리는 심술. 순간 너무나 난처해 보이는 얼굴을 한 개의 얼굴에 그는 웃음을 감출수가 없었다. 당황한게 뻔히 보이는데도, 마치 아무것도 아니라는 양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려고 하는 표정이 너무나 귀여워서, 즐거웠다. 개는 잠시 고민 하는듯 하더니 그대로 방한켠에 놓여있는 그랜드 피아노 쪽으로 다가갔다. 생각보다 오래 고민하지 않는다. 피아노 앞에 다가선 개는 피아노 덮개를 열었다. 그는 곧 눈앞에 있는 존재가 무엇을 하기위해 몸을 움직였는지, 알아챘다. 물론 피아노에 다가갔으니 피아노를 치는거겠지. 그는 짧게 폭소했다. 지난번에 개의 연주를 듣고나서 그 뛰어난 실력에 감탄했더니 그걸 기억하고 다시 한 번 연주하려는 모양이었다. 자신이 말한것과는 조금 다른듯 싶었지만 이것도 나쁘지않다싶어 그는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월광.
길고 가는 손가락이 사랑하는 연인을 애무하듯 부드럽게 건반을 두드리자 아름다운 음색이 세어나온다. 연인에게 바치는 칭송가마냥 부드럽고 조심스러운 선율들이 귓가를 자극하는 것이 무색하게 그의 눈은 어느덧 느릿하게 움직이는 두 손에 닿아있었다. 소리는 점차 옅게 희석된다. 그에게 귓가에 들리는 것들은 단지 자신의 개가 만들어낸 어떠한 소리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집중이 되지 않는다. 물론 그것조차도 사랑스러운 법이지만 눈앞에서 춤추고 있는 저 손만 할까. 월광의 1악장은 건반을 내려치는 그 손끝을 더욱 아름답게 보이게했다. 부드럽게, 조심스레 움직이는 저 손끝이. 닿아버리면 녹아내릴듯 달콤하게 보였다. 창문 틈새로 햇살이 세어들어온다. 어느덧 2악장으로 드러선 곡은 좀 더 밝음 빛을 냈다. 조금전과는 다른 손놀림은 좀 더 가볍고 좀 더 힘있어 보였다. 모든것들이 한 폭의 그림처럼 망막에 맺혀든다. 그는 몸을 움직였다. 이 이상 연주하는 음악을 듣고 있다간 그의 몸안 어딘가에서 어딘지 모를 변화가 생겨버릴 것만 같았다.
그만. 한 마디 명령에 건반 위를 춤추던 손이 멈췄다. 잔뜩 심취해 있었는지 감성에 잠겨있던 눈동자가 그를 올려다보며 새로운 감정을 새겨든다. 지금 당장 별로 였나요? 라는 질문이 쏟아져나올것 같지만 개는 말을 하지 않았다. 그저 손을 멈추고 그를 가만히 올려다보는 일 말고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손 끝. 자신을 바라보는 눈초리에도 건반 위에서 모든것을 창조해 내는 그 고운 손 끝만을 내려다보던 그는 조용히 그것에 키스했다. 핥아내리듯 혀끝으로 손 끝을 감싸고 입술로 앙 문다. 소스라치게 놀라며 얼른 손을 빼내려는 행동을 저지하고, 찬찬히 혀로 그 손의 감촉을 덧그려내가며 이를 세웠다. 미도리마. 그에게 이처럼 잘 어울리는 이름이 어디에 있을까. 가늘게 휘어지며 눈꼬리를 둥글게 말아올리며 그는 자신의 개의 이름을 불렀다. 미도리마. 미도리마.
"이 손, 내게 줘."
네가 이 손에 담았던 그것들 전부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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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 치는 손을 어떻게든 예쁘게 표현하고 싶은데 잘 못하겠다 (´ _`) 어제 월광 치는거 봤는데 내가 묘사를 못해서 그렇지 건반치는 손이 굉장히 예뻤다. 진짜 조심조심 손끝으로 매만지는 느낌. 그러면서 타자치는 작가들 손도 그렇지 않을까 했다. 차이점은 작가는 머릿속에서 뽑아내는 글들을 쓰는거라 막히면 손이 느려진다는 거지만. 어떻게 보면 타이핑하는 작가의 손이나 건반두드리는 피아니스트 손이나 둘 다 같은게 아닐까 했다. 그러니까 피아노치는 미도리마랑 그걸 들으면서 그 아름다움에 대해 묘사하는 작가 아카시 써주세요. 예술가들 조합이 넘좋아
2012년 10월 25일
죄송합니다. 제가 잠시 꿈을 꿨네요. 낮은 목소리는 가라앉아 곧 사그라들 촛불처럼 뭉그러진 채로 내뱉어졌다. 손끝에서는 땀이 몽글 세어나오고 딱딱해진 손끝 위에 붙어있는 손톱 끼리 딱딱 마주치며 소리를 낸다. 나는 또 그렇게 마지막 말을 내뱉고 뒷머리를 긁적였다. 그린듯한 어색한 웃음을 얼굴 가득 거는것은 매우 쉬운일이다. 언제나 처럼 싱글 웃는 낯으로 하하하, 하고 웃어버리면 상대방은 그에 걸맞게 패배자를 보는 눈빛이나 동정어린 눈빛, 혹은 경멸어린 눈빛을 보내고 나는 또 꼬리내린 개새끼마냥 몸을 사렸다. 사람들은 몇푼의 돈을 쥐어준다. 좀 더 생각해보세요. 저희랑은 안 맞는것 같으니까. 아까 넘실거린던 눈빛들과 붉은 입술은 한껏 동정을 보인 후에야 사라졌다.
긴히지 2012년 11월 5일 피곤한 날, 좁은 창고, 빨간 립스틱, 얀데레
긴토키는 입술에 묻은 립스틱 자국을 지워냈다. 일을 하다보면 으레그러하듯 몸 한구석 어딘가에는 붉은 립스틱이 묻어있다. 하아, 긴상이 이렇게 피곤한 몸을 이끌고 열심히 일하는건 다 오쿠지군을 위해서야. 리무버를 이용해 눈화장을 톡톡 지워내며 중얼대자 철그렁 거리는 쇳소리가 귓가를 간질인다. -? 오쿠지군도 그렇게 생각해? 거울을 바라보던 몸을 돌려 웃음짓는 긴토키의 눈안에 길게 늘어진 쇠사슬과 메여있는 발목이 보였다. 입가에 바른 아직 지우지않은 립스틱 이 호선을 그리며 둥글게 올라갔다. 걱정마. 나는 괜찮으니까. 너를 위해서라면 못 할것도 없지. 화려하게 치장된 얼굴이 히죽 웃는 모양새를 한다. 그러니까, 너는 이곳에 있어.
2012년 11월 5일
거짓말쟁이 남자. 벌어진 입으로 거짓을 쏟아낼수밖에 없었던 남자.남자는 자신에게 주어진 벌에 대해서 아무런 불평도 하지않았다. 거짓말 쟁이로 살아가는 것에 그는 아무런 불만도 없었기 때문에. 그러나 그것이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에게 독을 쏘아대는 사나운 독사의 주둥이가 되었을때, 그는 비로써 자신에게 주어진 벌에 탄식했다. 그러나 그것도 극히 일부 로, 왜냐하면 남자는 그 이후로 귀가달린 소중한것들을 제 손으로 없앴기 때문이다. 거짓말쟁이 남자. 남자는 눈을 검뻑인다. 진실을 보는 눈으로 거짓을 입에 담을 때 그는 가장행복하다.
이자시즈 2013년 3월 10일
매일. 하루도 빠짐없이 집앞에 놓여지는 화분을 바라보며 시즈오는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약 한 달 전쯤부터 매일, 아침 일을 나가기 위해 집앞을 나설때면 누군가 가져다놓은 화분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느 누군가가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에게 열렬하게 구애하기 위해 가져다 놓는것은 아닐까 생각하며(드라마를 너무 많이 봤다며 생각하면서도)언젠가 실수를 깨닫고 꽃을 찾으러올 주인을위해 집안에 화분을 모아둔 시즈오는, 횟수가 더 해갈수록 이것이 누군가의 실수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도그럴것이, 처음 그가 꽃을 발견하고 난 이후 열흘이 지날 무렵부터 이상함을 느끼기 시작한 시즈오가 문앞에 작은 메모장을 붙여놓았었기 때문이다. 잘 못 착각하여 매일 헛수고를 하는것 보단 낫지 않겠냐는 생각에서 적어놓은 메모장은, 분명 그 다음도, 그 다음다음날도 문앞에 붙여져있었지만 계속해서 그의 집 문앞에는 하얀꽃망울이 진 화분이 놓여있었다. 누굴까. 시즈오는 열쇠로 문을 잠그며 생각했다. 매일 이렇게 지치지도 않고 새벽마다 자신의 집앞에 꽃을 가져다놓을 사람은. 몇번쯤은 자신의 집앞에 몰래 꽃을 두고가는 사람을 보기위해 밤도 새봤으나, 언제다녀갔다왔는지 모르게 항상 화분은 그 자리위에 놓여있었다. 앗, 놓칠뻔했다. 시즈오는 재빨리 손에서 놓칠뻔한 화분을 붙잡고는 화분의 흙이 떨어지지 않게 양손으로 잡아들었다. 한손으로 들기엔 무리가 있었던듯 싶다. 딱히 누군가에게 선물한다던가, 꽃을 버리기위해 화분을 들고가고 있는것은 아니었다. 굳이 양손을 무겁게 출근길에 나선것은 지금 집안은 온통 새하얀 꽃들로 가득 들어차 더이상 화분을 둘 곳이 없었고, 더불어 집안을 가득 차지하고 있는 이 꽃의 정체가 무엇인지 궁금해졌기 때문이었다. 위로 피어나는 꽃이 아니라 바닥을 향해 고개를 숙인채 피어나는 새하얀 꽃들은 시즈오가 보기엔 은방울 꽃과 많이 닮아보였는데, 그러나 그것은 꽃은 종류라곤 장미, 백합, 벚꽃 정도의 흔한 꽃종류 밖에 몰랐던 시즈오였기 때문에 그런것이고, 이 꽃이 은방울 꽃이 아니라는것을 시즈오는 어제에서야 깨달았다. 톰선배는 알려나... 화분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가지 않도록 신경을쓰며 시즈오는 발걸음 옮겼다. 집 근처에 꽃집이 있었으나 타나카 톰을 먼저 떠올린것이 시즈오다웠다. 이름이 뭘까. 네개의 긴나선형의 꽃잎들이 노란 수술을 감싸고 조금씩 피어나는 중인 꽃을 건드려보며 시즈오는 생각했다. 자주보다보니 정감도 들었고 제법 앙증맞게 귀여워 보인다. 꽃의 이름은 모르지만 개중 몇몇개는 시즈오가 따로 이름을 붙이기도 했었다. 궁금해. 왠지, 빨리 꽃의 이름을 알고싶었다. 정이라도 든건가. 애정? 언제 피어나고, 언제지는지. 물은 얼만큼줘야하는지, 온도는 어느정도가 적당하며 어느곳에서 탄생하는 꽃인지. 알고 싶은게 많아졌다. 그러려면 우선, 이름을 알아야했다. * 시즈오는 톰을 만났다. 톰은 항상 일을 시작하기 전 만나는 곳에 먼저 나와있었다. 톰은 손을들어 시즈오에게 인사했고, 시즈오는 고개를 숙여 톰에게 인사했다. "여, 시즈오. 잘잤냐." "예, 톰선배." 스스럼 없이 대하는 톰에게 나직하게 대꾸한 시즈오는 시즈오의 손에 들린 화분을 의아하게 바라보는 톰에게 화분을 내밀었다. "저, 톰선배. 이 꽃 이름이 뭔지 아세요?"
->까지 썼는데 존나 쓰레기라 더이상 못 쓰겠다. 꽃은 스노우드롭이고 사람한테 선물할때 꽃말이 나는 당신의 죽음이 보고싶어요 라고 해서 써봤던거. 당연히 꽃은 이자야가 선물. 시즈한테 매일 너는 내가 보내는 죽음의 말에 둘러쌓여있었던거야 하고 웃는거 보고싶다.
이자시즈 2013년 5월 2일 /2014.03 동거북에 들어감
달다. 너의 이름은. 이 혀끝에 맴도는 너의 이름은 달다. 그래서 나는 매일 너의 이름을 부른다.
시즈쨩. 왜. 편안한 사복으로 갈아입고나온 시즈오를 힐끗 바라보던 이자야가 의아한표정을 짓는다. 후줄근하게 늘어진 목티와 츄리닝 바지를 입고있는것은 언제나와 같은데 그 손에 들려있는것은 제법 예외적인 물건이다. 무슨일인가 싶어 냉큼 물어보려다가 말을 빙둘러말한다. 맥주 싫어하잖아. 어. 갑자기 마시고싶어져서 사왔다. 네껀없어. 사다마셔. 와, 치사하네. 털썩. 일하고 있는 이자야의 옆에 주저앉은 시즈오가 맥주캔을 깐다. 이자야는 대낮부터 술이냐며 고개를 내저으면서도 내심 술을 마시는 시즈오를 보고있자니 간만에 술이 고파져서 입맛을다셨다. 왜 입맛을 다시고 그래. 짜증나게. 이제는 내가 입맛다시는거에도 간섭하는거야? 와, 이런 집착은 싫은데. 구질구질하게 굴지마. 시즈. 무슨 헛소리냐. 죽고싶냐? 한번을 그냥 넘어가는일이 없다. 투덜투덜 자리에서 일어나는 이자야를 힐깃 노려보던 시즈오는 그대로 맥주를 들이켰다. 윽, 맥주 특유의 톡쏘는 느낌이 목구멍을 자극한다. 시즈오는 살짝 미간을 찌뿌리면서도 오기라도 부리는 사람마냥 맥주를 원샷했다. 크읏... 따끔따끔하게 타들어갈것 같은 식도가 한번 숨을 껄떡인다. 사람들은 왜 맥주를 좋아하는거지.. 시원하게 혼자 잘 마셔놓고도 못마땅한 표정을 짓는다. 시즈오는 빈캔을 우그러뜨리며 코트를 입은 이자야를 바라보았다. 어디가. 안덥냐? "시즈가 날 너무 구속해서 나가버리는거야. 딱히 맥주를 사오려는건 아니라구? 뭐야. 그 표정은. 맥주 더 필요해?" 어. 평소라면 주절주절 말이 많다고 한 소리라도 했겠지만 지금처럼 무언가 필요할때만큼은 화를 내지않는다. 맥주, 세 캔만 더. 네에네에, 알아서 대령하지요. 것보다 더우니까 에어컨 좀 틀어놔. 돌아오면 시원하게. 알지? 내조 좀 해주세요 여보♥ 꺄앙. 커다란 유리거울이 붙어있는 신발장옆을 꾸깃꾸깃 해진 캔이 치고 지나간다. 이크. 이자야는 잔뜩 놀리는 표정으로 집 잘지키고있어, 하고 미운소리를 내뱉고는 냉큼 문을 열고 사라졌다. 하여간 저 자식은.. 순간적으로 샘솟은 분노를 가라앉히며 시즈오는 이자야의 말대로 에어컨을 킨다. 그러니까 이 더운날 왜 코트를 입고나가냐고...드디어 정신이 나간건가?
시즈
2013. 7.10
내가 네 손을 잡아야한다니. 이자야는 터져나오는 웃음을 눌러삼켰다.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모든것이 뒤바껴도, 둘의 관계만큼은 변하지않아야했다. 두 사람은 언제까지고 그 자리였습니다, 여아했다. 밤하늘에 반짝이는 알갱이 같은 별빛들이 점점이 떨어져 내리는 산등성이에서 이자야는 터져나오는 웃음을 멈추지 못하고 울음소리와 함께 웃음 터트려냈다.
톰시즈 2013.08.11
누군가의 호의가 누군가에는 사랑이 될 수도 있고 누군가의 사소한 말 한마디가 누군가에게는 독이 될 수도 있다. 그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쓴물을 집어삼킨다. 지난밤 역류한 감정의 잔재는 매일 입 안에 머금고 있음에도 유달리도 쓰고 짙다. 그것을 아무렇지 않은듯 억지로 목구멍 안으로 밀어넣고 임시방편으로 처방된 단 물을 삼키는것이 그의 일과의 시작이었다. 매일 아침 쓴 물을 집어 삼키고 아픈속을 달래는것이 고되긴 했지만 그것이 끝나면 그도 보통의 사람들과 같이 하루를 시작할 수 있었다. 밥을 먹고, 샤워를 하고, 옷을 입고, 하루를 살아가기 위해 일을 한다. 그는 익숙한듯 똑같은 옷들이 걸려있는 장농을 열고 바텐더 복으로 갈아입었다. 복장이야 밤에 돌아다닐 법한 사람들이 입는 복장이라지만 밤에는 새나라의 어린이 보다 일찍 잠에 들어야하기 때문에 돌아다닐 수 없고, 낮에 활동한다. 게다가 복장이라는 영 거리가 먼, 그다지 성실하다고는 볼 수 없는 직업을 가지고있기도 했다. 다들 그를 헤이와지마 시즈오 라고 불렀다. 이름이다. 예명이나 가명 따윈 없으니까 그는 이름으로 불렸다. 간혹가다 꼬리표처럼 붙어다니는 자동싸움인형, 같은 이상한 별명이나 듣기만 해도 이가 갈리는 시즈쨩(으드득) 같은 이름으로 불리기도 하지만 그의 이름은, 그의 고유명사는 헤이와지마 시즈오. 였다.
진동이 울리기 시작한 핸드폰을 확인한 그는 이크, 하고 조금 곤란한 표정을 짖고는 빠르게 달리기 시작했다. 핸드폰 액정에는 익숙한 사람의 이름이 반짝반짝, 메세지알림을 통해 비춰지고 있는 중이었다. "죄송합니다, 톰씨" 땀이 조금 맺을정도로 열심히 달려온 그를 반기는것은 그의 휴대폰 액정을 연신 번쩍거리게 하던 남자였다. 남자는 시즈오의 목소리를 듣고나서야 휴대폰에서 시선을 떼더니 양 손을 내저으며 그를 향해 미소지었다. "괜찮아. 시즈오. 조금 늦기에 무슨일인가하고." 방긋하고 웃는 얼굴에 시즈오의 미안한 얼굴도 조금은 미소를 지었다. 시즈오의 안색을 살피던 남자는 더 이상 말하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나 먼저 걷기 시작했다. 그 뒤를 시즈오가 조금느린 속도로 따라걷는다. 조금은 시덥잖은 소리를 자연스럽게 주고 받으며 남자를 뒤따르는 시즈오의 얼굴에 부드러운 미소가 맺히기 시작한다. 퐁퐁 솟아나기 시작하는 감정의 샛물이 시즈오의 느린 발걸음 뒤로 자국을 남겼다. 행복이 짙게 묻어나오는 걸음걸이 뒤로 그림자가 드리운다. 조금 우스운 이야기가 되겠지만. 헤이와지마 시즈오는, 타나카 톰을. 좋아한다. 아마도, 사랑한다
이자시즈 2013년 8월 25일
사랑하고 사랑하는 너에게.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나던 어느날 너와 내가 만났다. 네 이름을 알고있어. 그때의 전. 훨씬 전에, 이미 그 이름을 알았다. 나는 그것을 필연이라고 말했다. 너는 그것을 우연이라고 칭했다. 산들거리는 바람과 온 공기를 가득 메운 봄의 향기. 너는 나를 지나쳤고 나는 너를 뒤돌아봤다. 아직도 선명하게, 선명히. 커다란 너의 뒷모습을 기억한다. 부정하는 것은 옳지않다. 그것이 무엇이든, 나는 너에게만은 부정을 읊조리지않는다. 그래서 그랬지. 부정대신 거짓말로 마음을 가려야하는것은 결국 나도 어쩔 수 없는 인간이기 때문에. 그것이 인간을 사랑스럽게 만든다는 것쯤은 너도 이해해주길. 거짓으로 눈을 가리는 사람은 무엇으로 숨을 쉴까. 삐죽하게 날이 선 언어는 조금조금씩 나를 삼켰다. 너를 향한 그 어떤 말들은 다시 내게로 되돌아오고 푸른 심연 아래로 가라앉는 것처럼 가슴은 무거워졌다. 온몸이 터져버릴것 같았다. 그래서 네 숨을 훔쳤다. 내가 숨쉬기 위해. 너를 죽였다. 사랑하고 사랑하는 너에게. 이만 끝을 전하며. 고마워.
8월 26일
안녕. 너는 꼭 잠들기 전에 나에게 인사했다. 잘자, 좋은 꿈 꿔, 내일 봐. 이런 말들이 아니라 안녕, 하고 헤어지듯 인사를 고했다. 처음엔 대수롭지 않던 것들이 어느날 크게 다가오더라. 그건 네가 한 번 숨이 멎었을때의 일이다. 그 날은 더웠다.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계절의 끝자락임에도 불구하고 더위가 가시지않아 너는 잔뜩 짜증을 내던 터였다. 날씨와 온도는 인간의 힘으로 해결되는게 아니라고 화를 냈더니 그걸 충분히 이길수있는 문명이 있지않느냐고 말했다. 나는 사실대로 전기세가 무섭다고 말했다. 너는 구석에 있는 선풍기를 꺼냈다. 잠이 들기전, 항상 투닥거리던것과 다르게 너는 그때에 항상 기도하듯 숨을 가다듬고 차분하게 내 손을 잡는다. 그리고, 안녕. 그런 기분이었다. 평소에 아무렇지 않게 봤던 영화의 한 장면이, 소름돋게, 손끝과 발끝이 간지럽게, 무서워지는 기분. 왜 잘자라고 하지않아? 말투는 항상 퉁명스럽다. 너는 평소엔 그런 내 말투를 싫어했으면서도 화를 내거나 짜증을 내지않았다. 그리고 어린아이를 달래듯 말했다. 마지막을 후회하고싶지않으니까. 마지막을 가정하고 잠에 빠져드는건 어떤 기분일까. 두려울까. 더운것도, 접촉도 싫어하면서 손을 잡고 잠이드는 이유는 그것때문인가. 그러나 나는 그것을 대수롭지않게 여겼다. 무슨 헛소리를 하냐는듯, 이상하다는 듯 쳐다봤다. 결국 한대 맞고는 잠이 들었다. 나는 이제 잠이 드는것을 두려워한다. 그리고 너의 말을 모두 이해했다. 사람의 미련은 끝이 없지만 가장 후회가 되고 후회가 되는것은, 마지막을 함께하지 못한다는것. 한마디, 한마디가 사무쳐 숨을 쉴수없다는것. 문득 잠에서 깨어났을때, 항상 뜨겁기만 하던 손안의 온기가 묘하게 내려앉은것을 알았을때. 세상이 무너져내릴때. 나는 그 시간을 세상에서 가장 길었던 시간이라고 말하겠다. 너는 결국 다시 눈을 떳다. 그건 나에겐 기적이었지만
9월 30일
나비효과로 이자시즈.
주인공은..이자야겠지...음..고딩때부터인가. 정보많이 모으고 그쪽으로 움직여왔으니까 자료는 충분할듯. 반대로 시즈가 일기를 꾸준히 써왔다는 전제로 해도 귀여울것 같은데 시즈가 크게 문제 저지른건 없을것같어서..자야보단. 이자야가 보는 눈앞에서 시즈가 죽었고, 그 충격과 여파가 상당했음. 막 꼬이고꼬이고 꼬인 이야기들은 내 머리가 빈약해서 잘 모르겠긔ㅇㅅㅇa 대충 이자야가 파논 함정과 시즈오에게 원한을 가진 존재랑 맞물려서 우연하게 시즈가 죽어버림. 잘됐다!도 아니고 시원섭섭하네.도 아니고 왠지 모르게 시즈가 죽었다는게 멘붕인거야. 그중 제일은 자기 손으로 죽이지 못했다는거. 근데 이미 죽은걸 어쩌겠어.그냥 살음. 근데 시즈가 죽었다는 사실도 매일 잊고 금발만 보여도 움찔하면서 이크, 시즈쨩인가? 하게됨. 그러다 시즈가 죽었다는걸 깨닫고. 무슨일을 할때마다 시즈는, 시즈가, 그래서 시즈쨩이.. 이렇게 생각하다가 또 한 번 죽었다는걸 실감하고. 시즈가 빠져서 둘이 되어버린 바로나랑 톰을 볼때마다 미친듯이 허전하기도 하고. 그렇게 하루하루 지내면서 내 손으로 죽이지 않아서야. 내 손으로 죽이지 못해서 이렇게 떨쳐내지못하는거야. 괴물새끼. 죽어서도 괴롭히는군. 하고 생각하면서 점점 왠지모를 분노를 쌓아감. 그러다 하루는 자기가 고등학교때 모아온 정보들을 정리해놓은 공책을 펼쳐들게됨. 나비효과 본지 좀 오래되서 잘 기억 안나는데 그 관련된 시절로 되돌아가게 됨. 중간부터 펼쳐봤는데 그때가 한창 시즈오를 도박으로 써먹을때 쯤. 그러고보니 시즈를 죽인 일당중에 이때 당시 도박을하다가 시즈오에게 된통 깨진놈이있음.
이자시즈 10.18
동전의 양면 같은거다. 떼어낼수없는 이 감정의 의미는, 내가 너를 혐오한다거나, 그만큼 동경한다거나.
서로에게 쏟아내는 그 감정이, 말이, 의미가, 결국 서로를 더욱 강하게 움켜쥐고 놓아주지않을터였다. 너와 나는 그런 관계였다.모든것은 끝이 찾아오고. 나는 그 끝을 놓고싶지않아 운다.
나는 아직도, 아직도, 아직도.
너에게 건낸 말의 무게가, 내 발목을 조여오고 무거운 족쇄를 만든다. 나는 너에게 묶여벗어나지 못한다.
이자시즈 11.2
「이젠 놓아줄게.」 문득 설거지를 하다 깨진 유리컵을 발견했을 때. 헤어져야함을 직감했어. 나는 그렇게 말했다. 너는 티비를 보던 모습 그대로 설거지를 하는 나를 보았다가 리모콘을 내려놓았다. 「무슨말이야」 말 그대로예요. 우리는 이만 끝날때가 되었어요. 투명한 유리컵에 금이가고, 그것이 어느순간 쨍하고 깨져버린 순간에, 나는 이별의 때임을 직감했다. 등뒤에서 느껴지는 시선을 무시하고 묵묵히 설거지에 집중한다. 이별. 이별이다. 이것을 머릿속에 담는것이 얼마나 무거운 일인지 아는가. 이것은 나를 짓누르고 짓눌러 깊고깊은 해저 아래로 떨어지게 만든다. 그러나 그럼에도. 나는 이별을 생각하고, 지금 이 순간 당신과 이별한다. 너는 나를 한 번. 자신의 방을 한 번. 그리고 머리를 한번 쥐어잡듯 털더니 방안으로 향했다. 이별의 때. 지금. 이 순간. 「밥 챙겨먹어.」「」 너는 짐을 챙기고, 그것을 양손에 든 채로. 마치 여행을 가는 사람처럼. 다시 돌아올 사람처럼 말한다. 나는 그러마 하고 웃었다. 아무렴. 혹여 내가 이별의 아픔에 밥도 챙기지않을까봐. 쓸데없는 걱정이다. 나는 손을 들어 인사하며 너를 배웅했다. 잘다녀와. 너를 닮아버린듯 나는 아무렇지않게, 곧 돌아올 사람에게 인사하듯 인사하고, 멀어지는 뒷 모습을 바라보다 문을 닫는다. 보글보글 커피포트가 끓는소리. 정적. 너는 떠나갔다. 멀리멀리. 다시 돌아와줄 사람처럼 한 마디의 말만 남겨두고. 자신의 숨소리와 커피포트의 소리를 제외하고 사라져버린 너의 숨소리가. 나의 목을조른다. 이별의 때에. 너를 밀어낸 나를 질책하듯. 어떠한 결심과 어떠한 고뇌와 어떠한 마음가짐도, 이 순간 나를 채워줄 수 없다. 내가 어떠한 마음으로 너를 놓아주었는지. 아슬아슬한 이 줄다리기에서 내가 어떠한 마음으로 나의 끈을 잘라냈는지. 그러한 것들이 이별을 결정짓고 결국 네가 떠났다하여도. 그 어떤것도 나를 채워줄 수 없어. 이제는 들리지않는 호흡소리를 매어줄 수 없어. 사실은 「가지마, 시즈쨩」 이렇게 너를 원하다해도.
세상에서 밀려난 기분이었다.
히비데리 11.2
저 오늘 고백합니다. 진짜요. 정말요. 두근두근 심장소리가 멈추지않아요. 병이라도 걸린 사람처럼 가슴이 너무 튀어올라 갈비뼈를 둥둥 울리네요. 고백합니다. 진짜예요. 오늘은 고백할거예요. 파르르 떨리는 손은 가방줄을 꼭 쥐어 숨기고, 빨개진 얼굴은 치덕치덕 바른 선크림의 하얀색 덕에 가려지겠죠. 그리고 빨갛게 물들을 두 귀는 머리카락을 잘 감춰두었습니다. 하나 둘 하나 둘 하나 둘 둘 하나 셋, 아니아니, 하나 둘. 가까워집니다. 더. 가까이. 더. 심장이 가장 크게 울리는 자리에서. 너에게 고백합니다. 「저기, 나는 네가 좋아졌다고 생각해.」 빨간눈. 놀라서 떨리는 심장. 너는 길게 놀라간 눈꼬리를 가늘게 접고 웃습니다. 「나도 네가 좋아졌어. 아주 전부터라고 생각해.」 네가 웃습니다. 아, 어떻게하지. 심장이 너무 빠르게 빠르게. 「좋아하고있어, 데리오」 닿아오는 손길. 애써 감춰둔 붉은 귀를 손에 잡으며. 아, 나는 죽어버릴겁니다. 빠른 시일안에. 이것은 아마도 확실한 일. 시한부의 인생과 마찬가지인 삶. 아마도 사인은 심장이 터져버려서가 아닐까요. 「좋아해」
톰시즈 11.2
기억이 몽땅 날아가버렸다. 아마도, 어젯밤에 마신 술때문이겠지. 방구석구석 어질러진 술병과 간밤의 잔해들. 그리고 방바닥을 뒹구는 옷가지들. 어라, 내가 옷을 벗고잤던가. 시즈오는 생각한다. 그리고 찬찬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방안은 거의 폭격을 맞은 것과 비슷했다. 누워있던 자리를 보니 침대헤드가 부숴져있었다. 앗, 아차싶은 얼굴로 시즈오는 침대헤드를 기웃거렸다. 보통 인간의 완력으론 이렇게 부수기가 힘들테니 범인은 말할것도 없이 자신이겠지.순간 이 집이 누구의 집이었는지 떠올린다. 톰! 타나카 톰! 선배의 집이다! 시즈오는 후다닥 침대에서 물러났다. 이거.. 선배집 가구..아... 묘한 침묵이 흘렀다. 시즈오는 어질러진 방안을 치우며 다시 기억을 되돌려보았다. 어제,.아니아니..아니야..그것도..그럼..아니..거기까진 기억나 머릿속이 뒤죽박죽이다. 시즈오는 요상한 신음과 작은 목소리로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방이 조금씩 깨끗해지기 시작한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해도 저건 아무리 봐도 시즈오 본인이 한짓이 맞기에 조금이라도 사제하는 마응으로 열심히 청소했다.
이자시즈 11.23 /동거북에 포함된 글
전화벨이 울렸다. 아니, 울렸었다. 시즈오는 잠결에 요란하게 울려오는 전화벨 소리를 듣고 발을들어 전화기를 걷어찼다. 쾅 콰직 하고 물건이 부숴지는 소리가 한번. 그리고 1분뒤 후다닥 자리에서 일어나는 소리가 한번. 아-.... 저질렀다.. 잔뜩 뻗친 머리를 벅벅 긁으며 시즈오는 처참한 몰골이 된 전화기의 잔해를 주숴모았다. 이렇게 모아담는다고 부숴진 전화기가 돌아오진 않겠지만 그렇다고 그냥 두기에도 찜찜하다. 이제는 당연한듯 베란다 한켠에 마련된 커다란 쓰레기봉투에(시즈오 전용) 전화기의 잔해를 쏟아붓고는 시즈오는 다시 침실로 향했다. 커다란 퀸사이즈 침대에 시즈오가 누웠던 자리만 동그랗게 흔적이 남아있다. 넓어서 좋지만 쓸쓸해보이는 것은 그가 이 넓은 집에, 넓은 공간에 홀로 남겨져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잠결에 물건을 쉽사리 부숴버리곤 하는(그렇다고해서 제정신일 때는 물건을 안부수냐. 그건 또 아니다.)통에 서랍 한구석에 꼭꼭 숨겨둔 휴대폰이 어느 가수의 노래소리를 토해내며 시즈오를 불렀다. 정확한 타이밍. 어쩌면 일상같은 일들에 이골이 나버린 상대가 마치 눈에 보이는것 마냥 시즈오의 상황을 예상하고 있는지 모른다. 아니, 그게 맞겠지. 「시즈쨩. 그 전화기 산지 2개월 밖에 안됐어.」 전화를 받자마자 당연한듯 울려오는 목소리에 왠지 울컥. 시즈오는 또 한번 휴대폰을 부술뻔했다. "새로사라." 「그게 시즈가 할 소리야?」 "음.." 지은 죄가 있으니 큰소리는 칠 수 없는데 화부터 나는건 왜 일까. 목소리만 들어도 먼저 주먹부터 쥐게만드는 상대의 매력 때문인가. 시즈오는 저도 모르게 튀어나올지 모르는 폭력을 눌러 삼키며 입을 열었다. "용건." 「아- 정말. 시즈쨩 진짜 짜증나. 죽어버려.」 "그말하려고 전화했냐." 그런일은 없겠지. 막 자취를 시작한 자식이 걱정돼 어쩔줄 모르는 부모마냥 한시간 간격으로 전화해서 안부를 묻는게 그의 일과일테니. 「아침이야. 일어나라고. 게으른 시즈쨩은 해가 떴는지도 모르고 늘어지게 자고있을게 뻔하니까 내가 친히 전화로 깨워주는거잖아. 그리고, 내가 전화하면 바로바로 받아. 시즈는 꼭 두번씩 전화하게 만들더라. 그거 진짜 상대방에 대한 예의가 아니거든? 그거 얼마나 짜증나는..」 "야." 「왜.」 "언제오냐." 「왜? 마중이라도 나오게?」 "전화말고 널 보고싶은데." 「.....」 "그게 편해." 「....오늘 저녁까진 돌아갈게.」 "알았다." 뒷말이 이어지기도 전에 능숙하게 전화를 끊어버린 시즈오는 이부자리를 정리했다. 얼굴만 보면 화가 드글드글 끓어오르는 상대긴 했지만 매일 같이 보던 얼굴이 안보이니 미운정도 정이라고 조금이나마 보고싶은 마음도 들었다. 사실 이 넓은집에 홀로 남겨진게 싫은거지만.
주말에 깨웠다고 화내는 시즈. 돌아오면 죽여버리겠다고 다짐하는 시즈.
이자시즈 12.4
각설탕같은 사랑
사각사각 부숴져내리는 달콤한 맛의 사랑
어떤 기다림이 있다.
이자야가 시즈오한테 키스해줄때 항상 각설탕을 입에 물고있다가 키스하면 좋겠다. 기습키스는 어쩔 수 없지만 이런식으로 계속 키스해서 나중에 시즈가 자야랑하는 키스는 달콤한 키스. 라고 생각하면 좋겠다. 또 키스할때 항상 귓볼 스치듯 만지작거려서 뜨끈해지게(???)함 좋겠다. 그래서 나중엔 손 안대도 키스할때 귓볼이 빨개지면 좋겠다.
그리고 긴토키가 히지카타랑 키스할때는 항상 위험한 상황에서 키스함 좋겠다. 그래서 키스할때마다 아찔아찔한 기분 느끼게하면 좋겠다.
이자시즈 2014년 1월 7일
그는 그 담배향이 좋았다. 폐속에 담궈졌다 뿜어져나오는 그 매퀘한 숨속에는 그의 고민과 한순간의 시간이 담겨져있는 기분이었다. 그래서 그는 그가 피는 담배가 좋았다. 그 입술이 좋았고, 그 가늘고 긴 손가락이 좋았다. 이렇게 한 순간을 그로 물들이며 가득채울수있는 시간을 마련할수있게 해주어서, 좋았다. 그는 이제 담배를 핀다. 그와 같은 숨을 쉬기위해서.
이자야는 시즈오가 담배피는걸 싫어할것같다. 하지만 처음 시즈오에게 담배를 가르쳐준건(정확히는 톰이피는걸 보고 흥미를 느낀 시즈가 담배만 보면 들썩들썩하는걸 보고 가르쳐준다고 구라치고 담배연기 입안에다 불어넣은-키스-)이자야면서도 자기는 딱 고등학교때 까지만 피웠을듯. 시즈오는 그 이후로 헤비스모커가 됐고. 이자야는 매일 시즈오가 담배 피는걸 보면 잔소리부터 하지만 담배피는 시즈오가 너무 퇴폐적이라 항상 잔소리하기전 한 템포 쉬고 빤히 바라볼것같다. 그래서 담배피는거 끔찍히 싫지만 피는모습 보는건 꽤 좋아할지도. 나중에는 초코향나는..블랙데빌?? 담배는 잘모르겠어서..뭐 그런걸로 사다주면서 냄새라도 좋은향 나는거 피우라고 할것같다. 그리고 자야 코트에 진하게 베여있는 담배향에 이자야 거래처 사람들은 다들 의아해할것 같고.
이자시즈 1.7
어느날 문득 방 한구석을 보다가 가슴이 서늘해졌다. 그때 나는 너의 부재를 느꼈다. 어느날은 창문틈새로 바람이 새어들어와 커튼이 하얀구름처럼 부풀어오르는 모습을 보면서 아, 그래. 이제 너는 없지. 했다. 우리가 헤어지던 날, 네 눈동자에 물감퍼지듯 퍼져나가던 그 노을빛. 뜨겁게 타오르며 아지랑이를 남기던 그 노을빛은 네 눈동자속에서, 네 눈물속에서 타들어갔다. 나는 너에게 나를 사랑했는가 물었고, 너는 나에게 너를 이해했는가 물었다. 배려와 이해. 대화는 단절되고 네 눈물이 떨어지는 순간 밤은 찾아왔다. 언젠가 내가 너에게 말했던가. 네 반짝이는 금발은 달빛을 듬뿍 머금은 비단에 별가루를 뿌려놓은것 같다고. 나는 밤이좋았다. 네가 우스갯소리로 늘어놓은 밤을 닮았다는 말에, 아, 우리는 서로 사랑하는구나. 우리는 이렇게 서로를 느끼는구나 했으니까. 그 밤에 우리는 헤어졌지만, 나는 아직도 밤이 좋다. 너와 내가 어우러진 순간이었다. 내가 말주변이 없다는건 너도 알고있겠지. 나는 너처럼 멋드러지는 말은 할 수 없다. 네 말대로, 나는 바보니까.
하지만 한마디만 하자. 너는 말만 번드르르해. 후회한다면 움직여, 이 멍청아
이자시즈 1. 11
이자야는, 그 남자는 헤이와지마 시즈오라고 불리는 남자의 신체를 끔찍할정도로 경외시했다.
그 정도가 어느정도냐면 수차례의 암살시도와 칼을 들이미는 횟수에서, 그와 반대로 시즈오의 목욕시중을 들며 부드러운 손길로 그를 어루만지는 것에서 알 수있다.
어떻게 보면 애증보다 더한 감정으로 보일수있는 이 모든 행동들은 남들이 보기에는 그저 꼬일대로 꼬인 그의 성격과, 복잡하게 얽힌 감정으로 보였을 것이다. 그러나 사실 이것들은 그것보다 더 저차원적인 의미를 가지고있었다.
시즈오의 육체는 실로 모든 이들이 경외심을 가질만한 것이었다. 어떤 공격으로도 쉽사리 상처내기 어려운 육체는 다이아몬드와 같고, 그 단단함과 탄력에 비해 매끄럽고 호리호리한 형태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날카로우면서도 유했다.
그래서 그는 조각사가 만든 아름다운 조각품 같은 그 육체를 탐하면서도 두려워하고, 또 사랑했다. 그의 손으로 행해지는 그 모든 행동들도, 그의 육체에 대한 감동과 의심, 두려움에 의한것일 뿐. 사실 그의 행동에 악의와 분노 같은 것은 단 한푼도 들어있지않았다.
쪽
참방거리는 느긋한 물소리와 살결이 부딪히는 소리가 욕실 안을 가득 메운다.
욕조에 발을 뻗어 걸쳐둔 상태로 편안하게 누운 시즈오는 눈을 감고, 욕조 밖으로 빠져나온 고개를 벽에 기대고 있었다. 그 앞에는 양 팔을 걷어올린 이자야가 노란 목욕스펀지를 들고 시즈오의 발을 닦아내고있었다.
"시즈쨩, 온도는?"
"좋아."
나른한 목소리가 수증기로 가득찬 욕실 안에 물결쳤다. 그 목소리에 이자야의 손길이 좀 더 기쁘고 부드럽게 움직인다.
먼저 그는 맨 손으로 그의 발끝을 매만졌다. 항상 검은 구두에 가려져있는 그의 발톱은 이자야가 성심성의껏 가꾸고 네일을 한 상태였다. 엄지 발끝부터, 발가락의 지문과 손의 지문이 문질문질 닿아오게 빙글 돌리듯 매만지다가 발가락 사이로 손가락이 파고든다. 깍지끼듯 발가락 사이로 파고든 손가락은 부드럽게 시즈오의 발가락을 주무르고, 손바닥은 발바닥을 꾹꾹 누른다. 툭 불거져나온 발등의 혈관과 엑스자로 포개진 발목이 살짝 꺽여 뼈가 도드라진 모습이 아름다웠다. 이자야는 살살 혀로 입술을 핥으며 손가락으로 시즈오의 발을 더듬었다.
툭 튀어나온 혈관을 손가락으로 꾹꾹 누른다. 살짝 누르면 다른 곳으로 혈관이 튄다. 두근 거리는 마음으로 발등을 정성스레 닦으면 하얀피부가 윤이 나는 것처럼 반짝 거렸다. 이번에는 날개뼈처럼 도드라지는 복사뼈를 부드럽게 매만진다. 시즈오는 이곳이 조금 민감하다. 손으로 살살 더듬으면 기분좋은 한숨을 흘리곤 했다. 이번에도 역시나 기분좋은 숨이 터져나온다. 이자야는 입안이 바싹 바싹 마르는 기분으로 복사뼈를 문질렀다. 나른한 시즈오의 숨소리와 손가락 밑으로 느껴지는 혈관의 두근거림을 참을 수가 없었다.
"시즈쨩."
"....그래."
떨리는 목소리로 시즈오의 이름을 부르자 마지못한 목소리가 돌아왔다. 이자야는 스펀지를 내려놓고 시즈오의 발등에 입맞췄다.
드디어 기다리던 시간이다.
묘한 뜨거움을 가진 혀가 시즈오의 발위로 기어다닌다. 발끝을 입에 물고 혀로 핥다가 발가락 사이사이로 파고들어 뱀처럼 감아올린다. 발등에 키스하고, 혈관을 혀로 따라 올라가 핥으며 복사뻐를 이로 살짝 깨물고 다시 핥아올렸다.
이자야는 시즈오를 맘껏 사랑했다. 정확히는 시즈오의 육체를.
그는 시즈오의 육체가 너무 좋았다. 언제든 자신을 뭉개버릴수 있는 힘을 가진 육체는 무시무시한 공포감과 함께 짜릿한 전율을 안겨주는 존재였다.
"읏.."
츄우, 츄
발끝과 발등, 발바닥을 핥아올리며 쾌락에 취한 노예처럼 시즈오의 발을 핥아내리던 이자야의 혀와 입술이 복사뼈를 타고 위로 훑어 올라가기 시작했다.
"어이..적당히..."
"시즈쨩."
"....."
"사랑해. 사랑 할 수 있게해줘."
무서울 정도로 섬뜩하게 빛나는 붉은 눈동자. 종아리를 핥아올리며 눈을 빛내는 이자야의 눈과 마주친 시즈오가 언제나와 같이 입술을 집씹으며 인상을 찡그린다.
"개자식."
이자시즈 1.19 물망초..하아...
내 사랑의 끝을 위해, 너를 증오한다. 그리고 너를 증오하기에, 나는 너를 사랑하고. 또한 너를, 죽일수가,없어. 너의 걸음걸음마다 죽음이 피어날거야. 그리고 나는 그 흔적을 따라 너를 쫓아가겠지.
너를 위해 완성한 무대. 그 끝에서 우리는 서로를 사랑하게(죽이게) 될거야. 모든것이 끝나고, 나는 무대 밖에서 너에게 환호와 박수를 보내게되겠지. 좋은 인생이었어. 너는 최고로 행복했어.
1. 21
그리고 네가 없는 오후, 나는 그 순간에 머물러있다, 꿈이 없는 밤.
언젠가 돌아올게.
마지막 모습이었다.
돌아올 누군가를 위해 매일 기도하며 밤을 지새우는 일, 나는 할 수 없다. 하루하루 흘러가는 시간에 흐려지던 감정이, 어느날 밤 갑자기 밀려들어오는 그 순간을 나는 견딜수없다. 차곡차곡 모아둔 하얀 편지 봉투 위에 하얗게 비어버린 받는 이의 이름을 바라보는 것을 나는 버틸수없다. 너에 대한 마음이 부풀어올라 집안가득 너에 대한 그리움으로 차오르는것을 나는 보고있을 수없다. 너는 언젠가 돌아오겠다고 했지만. 나는 그럴수없다. 너는 분명 알고있었으리라 생각한다. 내가 견디지못하고 너와 내흔적을 버려둔채 멀리 떠나버릴것을. 너를 기다리며 괴로움에 몸부림치는것보다, 차라리 다른 사람들 사이에 섞여
3.2
아주 가느다란 마음. 허상같은 감정. 그럼에도 사라지지 않는.
배터리가 1퍼남으니까 드는 순간인데, 이자야가 죽기진전 시즈한테 전화하는데 시즈가 전화받는 순간 배터리 나가버려라
이자시즈 3.4
창가로 가로등의 불빛이 새어들어온다. 불꺼진 집안의 어느 한구석에서,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가 하얀 빛이 그림자를 몰아내는 광경이 보였다. 하얀 빛속에서 내쳐지듯 빠져나온 남자는 어둠속으로 묻혀 사라졌다. 살짝 땀에 젖은 발이 장판에 닿았다. 떨어질때마다 쩍쩍거리는 묘한 소리를 냈다. 남자는 어슬렁어슬렁 어둠속을 잘도 걸었다. 방에서 쏟아져 나오는 불빛 탓에 어느정도 길이 눈에 보였다. 물컵. 진하게 끓인 커피. 탄냄새가 감도는 부엌. 남자는 가지고 나온 머그잔에 커피를 가득 따라부었다. 조용한 집안. 그러나 평소와 같은 쓸쓸한 광경에 누군가의 숨소리가 묻어있었다. 남자는 고개를 돌려 반쯤 문이 열린 다른 방을 바라본다. 손으로 살짝 문을 열어 안을 확인했다. 커튼 사이를 비집고 쏟아지는 오렌지 색 불빛. 색색 숨을 내뱉는 누군가의 옆모습. 남자는 땅바닥을 뒹구는 이불을 주워 잠들어있는 남자의 위에 덮어주었다. .....잘자. 남자는 다시 문을 닫고, 조용히 웃었다.
이자시즈
3.10
2초. 너와 숨이 닿았다 떨어진 아주 짧은 시간. 마주친 너의 눈동자엔 물방울이 어렸다. 왜 그런표정이냐. 네가 웃는다. 그 어떤 감정보다 더 큰 연민을 담은 너의 눈동자가, 나를 보며 웃는다. 나도 웃었다. 네가 웃으니까. 나도 웃어. 어느 노래의 한소절처럼 나도 웃었다. 눈물이 어린것은 너의 눈가였지만 진정 슬픔에 괴로워하는것은 나였다. 미안해. 지금 할 수 있는 말이 이것뿐이라는게, 내 스스로도 우습지만. 미안해. 차마 말로는 다 표할수없는 감정이 지금 이순간 나를 덥쳤다. 그래서, 미안해. 이 모든 감정을 '사랑'이라고 하자.
3.21
시즈오랑 눈이 마주칠때마다 물보라가 일어나는 이자시즈 보고싶다. 눈이 마주치거나 대화를 할때, 시즈오가 자신을 인식하는 어떤 상황이든 물속의 풍경이 보이는 이자야. 그리고 숨을 쉴 수가 없어서 괴로워하는 이자야.
4.1
이자야한테 사람에 대한 감정에 따라 주변 풍경?이랑 환상이 보이는 능력이 생기면 좋겠다. 시즈오가 가까이 다가올수록 나비가 날아들고 꽃이 피면 좋겠다. 시즈오랑 눈을 맞출때는 꽃이 만개하고 뱃속으로 나비가 날아들면좋겠다. 벚꽃에 파묻혀가며 울거같은 얼굴로 고백하면 좋겠다
3.22
안녕. 마지막 인사를 하고 웃었다. 어두운 방안에서 너의 두 눈동자만 창가를 타고 표면을 흐르는 달빛의 찬란함을 담는다. 입을 몇 번 달싹이던 너는 흔들리는 눈으로 허공을 바라보다가 몇번이고 엇나가는 눈동자를 나에게 맞추었다.
이자시즈 4.24
크리스마스다.
별로 상관은 없는 날이다.
적어도 헤이와지마 시즈오에게는 그랬다. 번듯한 직장은 아니지만 나름 만족스러운 직장을 가지고 있는 시즈오에게는 쉬는 날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날. 특별히 만나는 사람도 없고 가족과 함께하는 날도 아니다. 동생인 카스카가 바쁘지 않았다면 오늘이 의미 있는 날 중에 하나가 되었을지도 모르지만, 동생은 몸이 열 개라도 모자른 대스타였다.
결국 시즈오에게 오늘은 그냥 쉬는 날이었다. 게다가 일주일의 한가운데에 어정쩡하게 끼어있는 날이라 마음 놓고 쉴 수도 없는 별 의미 없는 날. 그래도 주변에서 삼삼오오 가족끼리 연인끼리 친구끼리 모여 즐거워하는 모습에 뭐라도 해야 할까 싶어서 별로 좋아하지도 않는 맥주 캔 하나를 사서 안주로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었다.
아이스크림과 맥주를 마시며 카스카가 출현하는 프로를 보고 있는데 새로 산 휴대폰이 신나게 진동을 울리는가 싶더니 별안간 멈췄다. 뭔가 했더니 알고 있는 여러 사람에게서 ‘메리크리스마스!’ 하고 다양한 이모티콘으로 꾸며낸 메시지가 몇 개 와있었다. 아이스크림을 먹던 숟가락을 입에 물고 몇 글자를 따각따각. 새로 나온 이모티콘을 붙여가며 답장을 보냈다. 답장은 오지 않았다.
캐롤송이 들려온다. 시즈오가 살고 있는 낡은 빌라는 방음이 잘 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소음에 민감한 편이었다. 별안간 들려오는 캐롤송이 어디서 들리는 건가 싶어 창밖을 열었더니 교회의 아이들이 캐롤을 부르며 거리를 걷고 있는게 보였다. 얼마나 낡았으면 여기서부터 저기까지 들리는 건가 싶어, 시즈오는 이번 계약이 끝나는 때에 이사를 해야하는건가 깊이 고민했다.
이렇듯 한 치의 관심도 생각도 없이 크리스마스를 허비하는 시즈오를 위해 시즈오에게 사랑을 듬뿍 쏟아 붓던 파괴의 신은 선물을 보내기로 했다. 리본까지 얻어서 예쁘게 포장한 선물을.
“메리크리스마스, 시즈쨩! 이러고 있을 줄 알았지! 불쌍하게 방구석에 처박혀서 크리스마스를 보내는 소감이 어때?”
뭐야.
“꺼져.”
열었던 문을 쾅.
밤늦게 예의도 모르고 초인종을 시끄럽게 눌러대기에 누군가 했더니 오늘같은 평화로운 날에는 절대 보고 싶지 않은 얼굴이 있었다.
시즈오는 낮게 욕설을 내뱉었다. 저놈의 벼룩은 할 짓이 없나. 분명 말은 저렇게 하면서 그 자신도 같이 보낼 사람 없이 홀로 크리스마스를 이브를 보냈을 것이 뻔했다. 결국 할 일이 없어서 찾아온거겠지. 같은 취급을 받은듯해서 기분이 좋지 않다.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 시즈오는 얼마 남지 않은 맥주캔을 비워냈다.
“안주가 아이스크림이라니, 시즈 엄청나네.”
“!!! 뭐야! 어떻게 들어왔어!”
시즈가 이 집을 얼마나 험하게 다뤘는지 문 틈새가 구깃구깃 하잖아? 잘 비집어보니까 열리더라구.
이자야는 항상 가지고 다니는 나이프를 살랑이며 얄밉게 웃어보였다. 짜증나게. 특별히 의미 있는 날이라고 생각하진 않았지만 모처럼의 휴일이 날라가는 모습이 불 보듯 뻔해서 시즈오는 인상부터 구겼다. 아니, 애초에 저 벼룩 같은 자식이랑 자신이 오순도순 앉아 이야기를 나눌 정이라도 있던가. 남에 집에 함부로 들어오고 말이야. 까불고 있어. 울컥울컥 분노가 치밀어 오르기 시작하는 시즈오를 눈치 챘는지 분노를 끌어 모으고 있는 틈을 타 이자야는 양 손 가득 든 검은 봉투에서 푸딩을 꺼냈다.
“그래, 그래. 일단 키 크다고 자랑하는거 아니면 앉아봐, 시즈쨩.”
"죽인다."
“그것도 나중에하고. 쨘. 이거봐라! 크리스마스 한정판 밤푸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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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크리스마스 전쯤? 쓰다가 컴퓨터가 맛이가는 바람에 날아간줄알았던 글을 찾았다. 저장도 안한글이라 다 날아간줄 알았는데 오늘 켜보니 연결이 되더라
이자시즈 5.12
으으으으으 갑자기 시즈오 좋아하는 자야가 그마음을 주체 못해서 자기 집 방한구석 가득 시즈오에게 보내는 편지를 쓰는게 보고싶다. 해바라기형 남자의 15년 끈적끈적! 시즈오가 죽은건 아니지만 편지를 보내지못하는건 똑같은. 그리고 시즈오가 결혼하는 날 그동안 보낸 편지를 접어 종이 장미다발을 익명으로 선물했으면 좋겠다. 글자가 빽빽하게 적혀서 검은 장미처럿ㅇ 보이는 종이 장미 다발. 그걸 부케로. 그리고 빨간팬으로 쓴 마지막 편지로 만든 장미는 시즈오 양복에 달아줬으면 한다고 익명으로.. 마지막 빨간장미에는 온갖사랑과 애정 애틋함 진실된 마음과 약간의 원망 행복하기를 바라는 것들이 써있음 좋겠다. 마지막만큼은 상냥하게. 그리고 그것들이 단 한번 시즈오에게 전해지고, 만져지고, 버려지면 좋겠다. 우연으로든, 어떻든. 버려진 장미를 들고 자기 마음과 함께 불속으로 던져버리는 이자야..
이자시즈 5.22
시. 즈. 오. 너의 이름이 쏟아져내리는 빗물이 창가에 부딪히듯 내 귓가로 쏟아져 들어왔다. 창밖은 어둠뿐이다. 우중충한 하늘과 먼지를 듬뿜 머금은 무거운 빗물이 검은 우산과 먼지뭍은 창문을 씯겨내려가고 있었다. 나는 향이 진하게 나는 커피를 들이켰다. 반쯤 식은 커피는 지나치게 쓴맛이 맴돌아서 이마가 절로 찌뿌려졌다. 저 멀리서 큰 검은 우산을 쓴 누군가가 우산이 없어 처마밑에서 울상을 짓고 있는 처자에게 다가간다. 같이 쓰실래요? 너무 커서 얼굴이 보이지않는 누군가가 그리말한듯 조금 망설이는 표정의 여자가 커다란 우산 밑으로 파고든다. 그리고 둘은 나란히 걸었다. 비가 모든걸 씻겨내려가고 있었다. 누군가의 인연도 비와 함께 떠내려간다. 남은건 차가운 콘크리트 덩어리들과 그속에 살고있는 사람들뿐. 나도 그속에 있었다. 차가운 비와 차가운 냉기속에서. 서로 몸을 비빌 상대도 없이 그곳에있었다. 문득 며칠전 다녀간 네가 떠올랐다. 파란 우산. 반쯤젖은 바지자락. 반듯한 이마. 파리한 입술로 속삭이던 너. 시. 즈. 오. 빗방울이 네 이름을 부른다. 유능한 비서가 두고간 주삿바늘이 보였다. 그 속엔 네가 담겨있다. 어디로 사라졌는지 모를 네가 거기에 담겨있다. 하루에 하나. 반정도만. 그 이상은 위험. 기억해. 너. 죽을거야. 차가운 얼굴이 뚝뚝 끊어지는 기억속에서 속삭였다. 죽을거야, 너. 그런데 이렇게 기분이 차분한걸. 한통을 다 써도, 나는 이토록 차분한걸. 시. 즈. 오. 창밖에선 계속 너의 이름을 부른다. 나도 널 부른다. 아아, 너를 부른다. 너는 그곳에 서있고 나는 네 옆에 앉아 너를 부른다.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할말이있어. 이 세상이 너에게 말하고 싶어 네 이름을 부른다. 시.즈.오. 시.시.시.즈.오.오. 시즈오. 네가 서있고 나는 그옆에 앉아. 시즈오. 할말이 있어. 그리고 네가 나를 보고, 그리고. 더 이상 무슨말이 필요하겠는가. 더할여운은없다. 차분하고 빠르게 심장이 뛴다. 차마 못할 세글자. 시즈오. 내가 너를... 그리고 비가 쏟아져내리는 소리를 듣고. 네가, 네가 내게. 네가. 나의 말을. 네가. 웃는다. 내가. 그리고 쏟아지는 자장가 속에서 나는 잠든다.
시즈오 8.14
사이카한테 둘러쌓여서 여왕?대접받는 시즈오 보고싶다. 앙리네 사이카가 막 앙리가 보는 잡지 같이 보다가 '내꺼인듯 내꺼아닌 내꺼같은 그 남자! 그남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20가지 방법!!!'이런거 유심히 보다가 그대로 실행하는거 보고싶다. 막 이런저런 잡지탐독해서 하나둘 실행하는거 보고싶다. 막 설레이는 짝사랑 이루기!에서 나온 친구부터 시작하라! 이런거 보고 자기 애들 한 1~20명 데려다 시즈 둘러싸고 친구하자!이딴거 하고 폰번호 교환해라. 시즈 초대한 단톡방에 온통 시즈 사랑해! 이런거 적혀있는데 시즈가 알림끄는법 몰라서 너희 너무 시끄럽다고 탈퇴하는데 계속 초대했음좋겠어ㅋㅋ막 시즈가 화난거 같으니까 한명씩 시즈 사랑해! 하는거 하루에 한번씩만 하자고 논의할듯. 이부분은 사랑한다면 이해심과 배려를! 오래가는 관계부분에서 착안. 그리고 연애의 고수 편에서 밀당이 중요하단거 보고 계속 카톡이나 선물 공세하다가 삼일 잠수 타는거 보고싶다. 톰씨가 시즈보고 요즘 걔네들 안오냐? 하면 ?그러고보니 안오네요.. 하고 맨날 울리던 카톡방에 암것도 없는거 보고 조금 서운해했으면 좋겠ㅇᆞ 사이카들이 삼일뒤어 보고싶었다고 달려드는데 조금 반겨주는 느낌이라 이거 먹히는구나!!!하면서 기뻐하는 사이카가 ㅂᆞ고싶습니다... 시즈 일하러갈때마다 사이카들 졸졸 쫒아다녀서 시즈 더 유명해지면 좋겠다. 그리그ㅡ 사이카들이 톰씨 좀 경계하면 좋으ㅇ.
이자시즈 9.1
오리하라 이자야는 조금 두려워졌다. 축축하게 젖은 바지 밑단과 묵직해진 양 손. 계속해서 내리는 비. 좁은 골목길은 한 없이 어두웠고, 가로등 조차 없는 샛길이었다. 달빛마저 없는 좁은 골목길을 스마트폰의 불빛에 의지해 걸어가야 하는 지금 이순간. 그러나 이자야는 계속 나아가야 했다. 뒤로는 갈 수 없었다. 되돌아가기엔 이미 한참 지나온 후였다. 조금만 더 힘을 내자. 신발 밑창을 거슬리게 하는 빗물에 발걸음도 무거워지는듯 했으나 그는 계속해서 걸었다. 걸어가는 그의 뒤로 발자국이 궤적을 남겼다. 무엇이든 끝은 찾아오는 법이다. 그는 저 멀리 골목이 끝나는 지점이 눈에 들어오는것이 보이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 끝이구나. 묵직하던 양 손의 자유를 찾을 수 있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아졌다. 한 손엔 스마트폰과 묵직한 검은 비닐봉투. 한 손엔 무거운 짐. 짐덩어리. 골목이 끝나기도 전에 그는 한 손에 들린 짐덩어리를 내팽겨쳤다. 이만큼 했으면 됐지. 꼭 깔끔한 뒷처리를 하겠다고 마음 먹었지만 이제와서는 다 귀찮다.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면 안되지만. 계속해서 무거운 짐을 들고 걸은 탓에 힘이들었다. 오늘 하루만 용서해줘. 다음엔 제대로 분리수거 할테니까. "이제 돌아가볼까." 이자야는 홀가분해지는 기분으로 손을 털었다. 빗물을 그대로 다 맞고 있었던 탓에 온 몸이 축축했지만 이쪽이 여러모로 편리했기에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손도 ok. 신발도ok. 몸에도 이상없고. 내던진 짐옆에 검은 비닐 봉투 안에 들어있던 물건들도 모두 내던진 이자야는 홀가분이 기지개를 켰다. 이제 정말 돌아가도 되겠다. 돌아가는 길엔 시즈가 좋아하는 푸딩 사가야지. 요새 한창 빠져들었던 수제 푸딩을 못먹게되는 일이 생겨 풀이 죽어있었던 것이 떠오른다. 수제 푸딩이 아니여도 맛있는 푸딩은 얼마든지 있으니까. 이번에 새로 나온 한정판 푸딩을 사가면 다소 풀죽어있던 기분도 나아지겠지. 생각을 끝낸 이자야는 가볍게 걸음을 옮겼다.
11.2
너에게 취해 잠에 빠질것만 같아
잘자. 나와 좋은 꿈을 꾸자.
아마도 없는듯해서. 그는 술에 취해 훨씬 가벼워진 생각과 입으로 입술을 움직였고, 그리고 다음날. 숙취같은 육중한 말의 무게에 허우저거렸다.
11.14
그날밤. 너는 비단 위로 촘촘하게 내려 앉은 별들을 따라 걸으며 내게로 다가왔다. 길게 이어진 비단은 저 멀리 지평선까지 이어져 있었기에 나는 저 먼길을 나를 위해 다가와준 네게 감사했다.
생각이나 감정을 말로 담을 수만 있다면. 내 속에서 범람하는 이 수십가지의 색(감정)들을 내 말 속에 담을수만 있다면. 질척하고 무거운 이 감정을 네가 보았다면. 너는 나를 싫어하지 않았을테테.
쏟아지는 너의 말속에서 잠들었어
이자시즈 12.13
나 좀 죽여줄래? 그는 읽고 있던 책을 덮으며 작게 속삭였다. 눈앞에는 의자위로 삐죽 솓아난 노란 머리카락이 작게 흔들리는것이 보였다. 지금? 몸을 비틀어 얼굴을 빼꼼 내보인 남자가 말했다. 좋아하는 티비프로그램에선 웃음소리가 섞여들었다. 응. 지금. 날이 저물고 있었다. 주홍빛으로 물든 하늘너머로 회색빛깔의 구름이 슬금슬금 하늘 끝자락을 더딛고있었다. 남자는 잠시 그를 바라보다가 티비프로그램을 힐끗 보고는. 그래, 그러지 뭐. 하고 전원을 껐다. 차갑고 거친손이었다. 왠지 눈물이나서, 그는 제 목을 감싸는 그 손끝에 살며시 얼굴을 부볐다. 남자는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얌전히있어, 하고 타이르듯 말했다. 세계는 하나의 감정속에 잠겨있었다. 그것을 그는 더 이상 견딜 수 없었고 때문에 남자에게 말했다. 죽여줘. 남자는 그래. 라고 말했다. 그것이 네가 바라는 일이라면. 눈물이 차올라서 멈출수가 없어. 목을 조이는 손에 힘이 들어간다. 숨이 먹혀가는 것이 편하게 느껴졌다. 애초에 그는 매일을 먹혀들어가는 숨에 괴로워했었다. 숨이 끊어지는 이순간, 그는 비로써 괴로움에서 해방되는 것이었다. [ ]. 너의 이름을 부르는것이 무서워. 아. 시야가 좁아진다. 그는 손을 뻗어 남자의 얼굴을 더듬었다. 주름이 잡힌 얼굴. 세월의 흔적을 세긴 몸. 그것을 보는것이 괴로워 죽어갔던 나날들. 그의 얼굴위로 곡선을 그리며 눈물은 쏟아져갔다. 길을 잃어 이리저리를 해메는 남자의 눈물과는 달랐다. 그의 손은 지나치게 매끄러웠다. 네가 사라져가는 시간들이 두려워. 남아있는 내가 가여워. 그러니 나를 죽여줘. 네 손끝에 나의 시간을 묻어줘. 내 숨을 먹고 네 눈속에 나를 박아줘. 나를 죽여줘.
이자시즈 2015년 2월 1일
이자야가 아무리 애써도 사랑해주지 않을 시즈오가 보고싶다. 그걸 알기에 미워 할 수밖에 없는 이자야가 보고싶다. 네가 날 사랑해준다면 나도 널 사랑할텐데. 너를 사랑하고싶다. 너는 허락하지 않겠지만.
감정들이 갈곳을 찾지못한채 헤매이고 있어. 너를 부르고있어.
네 입술에. 나의 이름을 허락해줘.
2. 13
슬프게도, 이제는 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감정을 사랑이라고 한다면. 깊이 사랑 할 수록 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얀 수의와 국화 꽃을 가슴에 품고. 그래. 눈을 감아야지.
모든것이 끝나고 난 이후의 일은 너의 일이다.
네가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면 나는 다만 흩어져갈 뿐이고 네가 나를 사랑했었다면 비로소 나의 죽음에도 이름이 붙여지겠지
죽음이 의미를 가지길 바라며 너의 사랑이 나를 끝내길 바란다.
7.18
네가 내 이름을 불러주는게 좋았어
내게 주어진 인연중에, 나를 위해 태어난 단 하나의 꽃 한송이. 너만 있으면 돼.
내가 태어날 때 나를 위해 피어나준 꽂 한 송이가 나의 전부겠지
이자시즈 9.3
매일 죽은 연인 찾아와 하룻밤을 보내는
《밤은 영혼들의 시간이야》 그는 밤9시가 되면 창문을 열어두고 조용히 침대로 향한다. 겨울이 다가오는 때라 날씨가 제법 쌀쌀했지만 그는 고집스럽게 창문을 열었다. 날씨가 정 추운 날에는 난방을 좀 더 틀었을 뿐 문을 닫지 않는다. 그리고 침대에 누워 눈을 감는다. 어서 수마가 그를 덮치기를 기대하며 눈을 감고는 잠결이 그의 머리를 가볍게 쓰담을 때, 그는 다시 눈을 뜬다. 매일 같은 시간. 같은 장소. 같은 상황. "시즈쨩." "......" 사랑하는 연인이 돌아온다. 사랑하는 연인은 언제나 죽음을 맞이하던 그 전 날의 모습으로 자신을 찾아온다. 손끝의 온기는 따스하고 피곤해보이던 얼굴도 여전해서 이 모든 시간이 꿈만 같다. "시즈쨩." "....." 어쩌면 이 모든게 백일몽은 아닐까 생각하게 되버린다. "시즈쨩." 연인은 몇번의 부름에도 조금 성가신 표정을 지으며 자리에 눕는다. 그 모습마저도 그 때와 같다. 얼른자라. 단 한마디. 그리고 연인은 눈을감고 그는 눈을 감지 못한다. 앞으로 벌어질 시간들이 그의 머릿속에 빼곡하게 차고들면 그는 잠들수없다. 몇 번. 몇 십 번. 몇 백 번, 이 환상은 끝나지 않아. 그는 타버릴것 같은 두통과 스트레스로 졸음을 태우고 붉게 충혈된 눈으로 연인을 바라본다. 몇 천번의 시도 끝에 그는 침묵을 배웠다. 그리고 아침은 찾아오고, 연인은 자리에서 일어나 열린 창문을 바라본다. 아침을 준비하고 밖으로 향한다. 그 모습을 그는 가만히 바라보다가- 《 》 이제 더 이상 연인을 쫒지않으려는 듯 눈을 감고, 체념하고, 오열하다가 맨발로 연인에게. 그리고 연인은 언제나처럼 싸늘한 모습으로 그를 반긴다. 몇 번이면 이 고통이 끝나는거야? 언제나 찾아오는 죽음은 언제나 고통스럽다. 오늘도 여전히 연인은 그에게 찾아오겠지만, 오늘밤도 뱌쯤 잠이든 그의 머리를 쓰다듬고 잠이들겠지만, 그리고 오늘도 여전히 죽음을 맞이한다. 고장난 테잎처럼 영원히 반복한다. 얼마간의 기다림 끝에 당신이 찾아와줄거라고 믿고있지만 수 백만번의 반복 속에서도 불안감은 지워지지 않는다. 고통은 영원하고 너는 오늘도 나를 찾아올까, 너의 죽음은 영원히도 고통스럽고 나는 오늘도 찾아올 너를 위해 눈을 감지 못한다.
이치쥬시 11.24
이치쥬시로 형제끼리 사랑은 용납받을 수 없다는 결론으로 슬퍼하는거 보고싶다. 왜 우리는 형제로 태어나서, 누구보다 가까운데 왜 이렇게 외롭게 되는걸까. 소소하게 썸타면서 행복해 했던게 모두 물거품이 되버려서 슬퍼하는 이치마츠와 쥬시마츠. 그래도 우리 언젠가는 사랑할 수 있게 될거라고. 속삭이는 이치마츠. 아주아주 오래 뒤에, 모든 형제들이 죽고 너와 나만이 남았을때, 그때 우린 사랑할수있어. 라고 말하는게 보고싶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