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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셀러레이터×라스트오더

체리롤 2016. 1. 10. 16:00

*예에에엣날 트위터에 트친분 생일 축하겸 썼던 글


"마사카는 마사카는 아이스크림이 먹고 싶다고 당당하게 요구해 보기도 하고!"
"적당히 먹어라, 적당히. 많이 먹었잖아."
"마사카는 마사카는 아직 두개밖에 먹지 않았는데 하고 항의해 보기도 하고!"
"조그만게..그러다 배탈 난다고 너!"


핀잔을 주듯 한층 억양이 올라간 소년의 목소리에, 조그막한 양손을 양옆으로 휘저어보이며 귀엽게 볼을 부풀린 소녀가 항의하듯 그를 바라보았다. 대략 8살쯤 지났을까. 그 나이보다 더 어려보이기도 하고 그렇기 때문에 더 앙증맞은 소녀의 이름은 라스트 오더. 보통 사람과 다른 화법을 구사하고 자신을 마사카 라고 말하고있는 이 소녀는 '시스터'들을 연결짓는 최종 시스템이었다. 그리고 그녀의 옆으로는 현재 그녀의 보호자 쯤 이라고 설명할 수 있는 소년이 서있었다. 엑셀러레이터. 이 학원에서 최강자 중 하나로 손꼽히는 소년. 한때는 '시스터'들을 이용한 실험의 주인공으로, 지금 자신의 눈앞에 존재하고 있는 이 소녀를 '죽여야'했던 존재였으나, 지금은 그저 자신의 눈앞에 있는 한 소녀의 보호자일 뿐 이었다.


마사카는, 마사카는, 아이스크림을 사주지 않으면 더이상 가지 않겠다고 떼를 부려보기도 하고! 이미 그 조그마한 몸으로 섭취된 아이스크림의 양이 두개가 넘어가는데(그것도 하나는 먹고 싶다고 조르고 졸라 결국 사주고만 스페셜 파르페였다.) 길을 걷다 마주친 아이스크림차를 지나치지 못하고 당당하게 요구하는 그 모습에 엑셀러라이트는 그저 머리를 저을 뿐 이었다. 네가 지금 떼를 부리고 있다는건 알고 있냐? 한숨을 폭 내쉬며 지친듯 말을 꺼내자 '마사카는, 마사카는 그래도 먹고 싶다고 솔직하게 말하고...!' 하고 절대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은채 그 큰 눈망울에 꼭 먹고야 말겠다는 집념을 담아냈다. 빤히 마주하는 눈동자를 피할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너 정말.... 울컥울컥 가슴속에서 샘솟는 무언가를 꾹 누르며 소년이 조용히 읊조렸으나 그의 상태를 눈치핸 소녀가 한 발 더 빠르게 움직였다.


"아저씨! 마사카는, 마사카는, 딸기 아이스크림 하나를 요구해 보기도 하고..! 얼른 주지 않으면 엑셀러레이터가 가만두지 않을 것 같아서 두려움에 떨지만 그래도 용기를 내보기도 하고..!"


야, 너 진짜!!! 그러나 이미 라스트오더의 손안엔 딸기 아이스크림이 들려있었다. 그리고 허허허, 하고 웃는 아저씨는 자신에게 손을 내밀었던 고로 엑셀러레이터는 어쩔수 없이 다시금 지갑을 열고야말았다. 솔직하게, 아주 솔직하게는 자신이 돌보는 이 꼬맹이가 꽤나 얄밉기도 했다. 저 조그만 녀석은 도대체가 얼마나 더 먹어야 직성이 풀릴련지 학원가 안에있는 모든 상점들을 털어낼 기세로 이 가게 저 가게 마주할 때 마다 그 가게에 있는 아이스크림을 꼭 먹고야 말겠다고 졸라대고, 영악하게도 이따금 이렇게 자신이 거부할라 치면 미리 선수를 쳐서 꼭 사주고 말게 하는 것 이었다. 돈을 누가 내는데. 이를 바득갈면 백엔짜리 동전을 두개 건내준 소년이 다시 한 숨을 내쉬었다. 처음엔 그다지 아무렇지 않게 값을 지불하고는 했으나 그 수가 이제 한달을 넘어가자 슬슬 부담이 오는 것은 사실이었다. 하루에 100엔짜리 아이스크림을 3개씩만 먹어도 한달이면 9000엔 이다. 하지만 보통 소녀가 원하는 것은 편의점에서 파는 싸구려 아이스크림이 아니라 가게에서 파는 아이스크림 이었다. 가게에서 판다는 이유로 이미 가격이 몇배는 뛰는데, 거기에 소녀가 가끔 가다가 배가 고프다고 투정을 부리면 밥을 사주고, 악세사리를 원하면 그것을 사주고 하다보니 넉넉하던 살림이 조금씩 빠듯해지는 것은 어쩔수 없었다. 애 키우는 것 만으로도 돈을 엄청 쓰게 되는구나. 홀죽해진 자신의 지갑을 들여다 보던 엑셀러레이터는 옆에서 결국 손에 넣고만 아이스크림을 할짝이는 소녀를 바라보았다. 그렇게 먹고 또 먹으니까 좋냐.


"....? 마사카는 마사카는 마사카를 보는 엑셀러레이터를 이상하다는 듯 바라보기도 하고....?"
".......맛있냐."


결국 한 마디 내 뱉고만 그를 바라보며 라스트오더는 천진난만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마사카는 마사카는 아이스크림이 너무 좋아! 라고 말해보기도 하고!"


그러냐... 졌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 엑셀러레이터가 소녀에게 다가갔다. 여전히 미소짓고있는 소녀의 얼굴은 사랑스러움이 잔뜩 묻어나왔고 그 입가에 묻은 아이스크림의 잔해는 아이의 개구장이 같은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답지 않게 또 가슴에선 뭉클한 무언가가 움트였지만 소년은 그것을 애써 무시했다. 너, 입가에 묻히고 먹지나 마라. 슬쩍 손을 내밀어 이제는 익숙한듯 입가를 닦아준 엑셀러레이터가 손을 내밀었다. 이만큼 했으니까 이제 집으로 돌아가자.


"응! 마사카는 마사카는 집으로 돌아가기로 하고"
"그래, 집으로. 돌아가자."


꼭 맞잡아온 손은 무척이나 작고, 따듯했다. 소년은 자신의 가는 손안에 감겨져 오는 작은 손을 바라보았다. 아이답게 오동통하게 살이오른 손은 잡고있으면 무척이나 마음이 편해진다. 행운의 토끼발 같은건가..... 잠시 자신을 기분좋게 만드는 소녀의 손을 내려다보며 그렇게 생각해보았으나, 소녀의 손목을 잘라 장식거리로 매달고 다니는 상상을 하자 순식간에 불쾌해졌다. 이런것 보다 더한것도 보았는데 말이지.


"이상한 생각하는 거지? 하고 마사카는 마사카는 당신을 걱정해 보기도 하고"
"안했어."
"얼굴에 다 써있어! 라고 마사카는 마사카는 자신의 예리한 통찰력에 감탄하기도 하고!"
"시끄러워."


맞닿은 손을 통해 자신의 불쾌한 감정이 전해져왔는지, 신기하게도 단숨에 알아챈 소녀를 엑셀러레이터는 애써 무시했다. 그런 상상은 입밖으로 내는게 아니다. 기분이 나빠져 절로 찡그려지는 인상을 바라보며 소년을 걱정스레 바라보던 라스트 오더는 무언가 알아챘다는 듯 기쁜 표정을 지으며 갑작스레 입을 열었다.


"마사카는 마사카는 아이스크림도 좋지만 엑셀러레이터도 좋아한다고 말해보기도 하고! 너무너무 좋다고 솔직하고 당당하게 말해보기도 하고!"


소녀의 순수하고 사심없는 솔직한 마음이 귓가를 통해 들어오자 엑셀러레이터는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순간적으로 들려온 답변은 생각보다 질이 나쁘다. 쿵쿵 가슴이 평소보다 배는 빨리 뛰고 있었다. 엑셀러레이터는 애써 ....별로 기쁘지 않거든. 중얼 거리듯 이야기 했으나 그보다 키가 작은 소녀가 의문 어린 얼굴로 숙여진 소년의 얼굴을 바라보았을 때, 소녀는 소년의 마음도 모른채 그 어느때보다 행복한 얼굴로 소리쳤다.


"사과 같아! 맛있어 보여! 라고 마사카는 마사카는 얘기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