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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라라라/식인물

썰계 2013년 8월 26일

by 체리롤 2016. 1. 20.

안녕.

 

너는 꼭 잠들기 전에 나에게 인사했다. 잘자, 좋은 꿈 꿔, 내일 봐. 이런 말들이 아니라 안녕, 하고 헤어지듯 인사를 고했다. 처음엔 대수롭지 않던 것들이 어느날 크게 다가오더라. 그건 네가 한 번 숨이 멎었을때의 일이다. 그 날은 더웠다.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계절의 끝자락임에도 불구하고 더위가 가시지않아 너는 잔뜩 짜증을 내던 터였다. 날씨와 온도는 인간의 힘으로 해결되는게 아니라고 화를 냈더니 그걸 충분히 이길수있는 문명이 있지않느냐고 말했다. 나는 사실대로 전기세가 무섭다고 말했다. 너는 구석에 있는 선풍기를 꺼냈다.

잠이 들기 전, 항상 투닥거리던것과 다르게 너는 그때에 항상 기도하듯 숨을 가다듬고 차분하게 내 손을 잡는다. 그리고, 안녕. 그런 기분이었다. 평소에 아무렇지 않게 봤던 영화의 한 장면이, 소름돋게, 손끝과 발끝이 간지럽게, 무서워지는 기분.

왜 잘자라고 하지않아? 말투는 항상 퉁명스럽다. 너는 평소엔 그런 내 말투를 싫어했으면서도 화를 내거나 짜증을 내지않았다. 그리고 어린아이를 달래듯 말했다. 마지막을 후회하고싶지않으니까.

마지막을 가정하고 잠에 빠져드는건 어떤 기분일까. 두려울까. 더운것도, 접촉도 싫어하면서 손을 잡고 잠이드는 이유는 그것때문인가. 그러나 나는 그것을 대수롭지않게 여겼다. 무슨 헛소리를 하냐는듯, 이상하다는 듯 쳐다봤다. 결국 한대 맞고는 잠이 들었다.

나는 이제 잠이 드는것을 두려워한다. 그리고 너의 말을 모두 이해했다. 사람의 미련은 끝이 없지만 가장 후회가 되고 후회가 되는것은, 마지막을 함께하지 못한다는것. 한마디, 한마디가 사무쳐 숨을 쉴수없다는것.

문득 잠에서 깨어났을때, 항상 뜨겁기만 하던 손안의 온기가 묘하게 내려앉은것을 알았을때. 세상이 무너져내릴때. 나는 그 시간을 세상에서 가장 길었던 시간이라고 말하겠다. 너는 결국 다시 눈을 떳다. 그건 나에겐 기적이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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