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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정인호 썰2 *2012년 10월 8일 유정의 말투는 유난히도 조용하고, 차분해서 듣고 있노라면 아무리 화가난 상대라도 저도 모르게 조용해지고 만다. 애초에 그 자신이 누군가를 화나게 하는 일은 없었으나 누군가 그에게 억지이유를 들이대며 화를 내더라도 논리정연하고 조용한 목소리로 대화를 하는 그를 보고있자면 상대방도 서서히 목소리를 죽이고 마는 것이다. 그것이 단순히 의연한 상대에게 저 혼자 화를 내고 있는꼴이 우습게 느껴지기 때문인지, 저 꼭대기에 있는 것을 끌어당겨 발밑아래 내팽겨치는 듯한 상대의 눈초리 때문인지는 알 수 없었다. 다만 그는, 백인호는 그것을 순전히 다른 방식으로 생각하곤 했다. 상대방은 자신의 태도가 창피해서도, 그의 시선에 깔아뭉개져서도 아니다. 그들은 무의식적으로 그것을 눈치챈거라고 생각했다... 2016. 1. 27.
아카미도 *2012 년 10월 25일 *트친님 드렸던 글 '개'는 언제나 그를 바라보고 있다. 결좋은 녹빛의 털은 언제나 곱게 빗어 단정하게 정돈하고, 답답할텐데도 길게 뻗은 목에는 주인이 선물한 붉은 보석이 박힌 목걸이를 걸고 있다. 단 한번의 손길을 준적이 없어도 개는 언제나 깨끗하고 단정한 모습으로 그의 곁을 지키고 있었다. 주인이 걸어준 목걸이가 햇빛을 받아 반짝하고 빛이나자 흐트러짐 없이 올곧은 자세로 등을 쭉 편채 그의 뒤를 지키고 있던 개는 햇살이 눈부신지 살짝 눈을 찡그리고 머리를 털어냈다. 그는 말없이 웃는다. 답지않게 커다란 보석이 박힌 목걸이를 건 채 햇살에 반사되는 빛에 짜증을 내는 그 모습이 어딘가 우스웠기 때문이었다. 아무리 선물로 건낸 물건이라지만 정말로 그 목걸이를 한시도 빼지 않고 .. 2016. 1. 27.
유정인호 썰1 *2012년 6월 1일 트위터 썰 문득 그러한 꿈을 꾸었다. 엉망이된 방한켠에서 울부짖다가 자신의 몸에서 세어나오는 눈물이 핏물이 되어 방안을 가득 채우는 꿈. 그것을 보며 울부짖다가 빛이 세어들어오는 방문 틈새로 자신보다 조금 어린 동생이 넋이 나간 얼굴로 멍청하게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그런꿈. 그리고 그 모습이 하도 우스꽝스러워서 터져나오는 울음과 온몸 구석구석을 저릿하게 만드는 통증에도 저도 모르게 설핏 웃고말았다. 온 방안에 울음과 웃음과 눈물이 채워진다. 그러다 문득 너무 서럽고 억울해서 딱딱하게 굳어버린 동생을 향해 뭐라뭐라 지껄이다가, 잠에서 깨어나버렸다. 벌써 7년전의 일이었다. 꿈은 꿈이되 현실인 이 꿈은 이미 오래전에 지나간 과거였다. 그녀는 눈물로 얼룩진 얼굴을 닦아내고, 자리에서 일.. 2016. 1. 13.
유정인호 치비인호 *2012년 글 "인호야." 놀이터에는 대여섯명의 아이들이 한손에 각기 다른 길이의 막대기를 쥐고 어디론가 달려가고 있었다. 그 끝에서 신이난듯 이제 막 아이들을 뒤따라 달리려던 꼬마 하나가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자리에서 멈춰섰다. 천천히 돌려진 고개와 쭉 찢어진 눈꼬리가 자신을 쏘아보는 것에 유정은 환히 웃었다. * 매섭게 올라간 눈꼬리가 더욱 귀여운 꼬마를 만나게 된건 지난 12월쯤. 으레 그렇듯 그해 겨울도 매서운 바람이 아무도 없는 공터안을 맴돌고 있었다. 유정은 그날 그 공터를 지나가다가 우연히도 추위에 떨고 있는 작은 고양이 한 마리를 발견했다. 어미가 버리고 간것인지 아니면 어미도 이 추운 겨울을 버티지 못하고 먹이를 찾아 헤매다가 죽어버린건인지 혼자 차가운 시멘트 바닥에 몸을 누이고 벤치 .. 2016. 1.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