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another

유정인호 썰2

by 체리롤 2016. 1. 27.

 

*2012년 10월 8일

 

유정의 말투는 유난히도 조용하고, 차분해서 듣고 있노라면 아무리 화가난 상대라도 저도 모르게 조용해지고 만다. 애초에 그 자신이 누군가를 화나게 하는 일은 없었으나 누군가 그에게 억지이유를 들이대며 화를 내더라도 논리정연하고 조용한 목소리로 대화를 하는 그를 보고있자면 상대방도 서서히 목소리를 죽이고 마는 것이다. 그것이 단순히 의연한 상대에게 저 혼자 화를 내고 있는꼴이 우습게 느껴지기 때문인지, 저 꼭대기에 있는 것을 끌어당겨 발밑아래 내팽겨치는 듯한 상대의 눈초리 때문인지는 알 수 없었다.

다만 그는, 백인호는 그것을 순전히 다른 방식으로 생각하곤 했다. 상대방은 자신의 태도가 창피해서도, 그의 시선에 깔아뭉개져서도 아니다. 그들은 무의식적으로 그것을 눈치챈거라고 생각했다. 그의 그런 의연한 태도가 끓어오르는 그 속에 무언가를 억누르는, 그만의 자장가 라는 것을. 조용히 숨을 들이마시고 몸안으로 차오르는 분노를 억누른다. 혹은 어떠한것의 감정을 억누른다. 그것이 유정의 '조용한 말' 이라고 그는 생각했다.

그는 폭발할듯한 분노를 한번도 내보인적이 없다. 그가 나타내는 최대한의 분노는, 목소리를 깔고 눈동자 안에 자신의 감정을 내비치는 정도였다. 그정도 만으로도 위력은 충분하곤 했지만 인호는 그것이 이상하게만 보였다.

 

'차라리 소리를 지르지 그래?'

 

그걸 어떻게 표현해야할까. 순간 그는 상대의 모든 감정이 자신에게 쏠리는 느낌을 받았다. 수억개의 눈빛들이 그를 바라보고 의문,탐색,분노,슬픔,호기심,기쁨을 담은 채 무언가를 외쳤다. 순간 덜컥 숨이 막히고 막연한 공포감에 그는 몸을 떨었으나 그것은 한순간에 사라져버려서, 둥글게 휘는 유정의 눈꼬리를 바라보는 순간 모조리 잊어버리고 말았다.

 

->까지가 글로 쓴것. 그 다음부터 인호는 묘하게 자신을 대하는게 달라진 유정을 느낌. 인호는 눈치만 빠르고 자신의 촉이 어디서 감을 받아 움직이는지 몰라서 그저 찝찝해하고 있었음. 딱히 크게 달라진것도 아니고 정말 미묘했기 때문에 같이 지내는게 불편한것도 아니라서 그냥 신경끄기로 하는데, 어느날 인호가 유정에게 실수를 함. 큰 실수는 아니었는데 유정의 물건을 부수는? 그런 실수였음. 그것도 유정의 아버지가 주신 물건. 보통 유정은 한숨을 푹 쉬고 괜찮다고 말하곤 했는데 이번은 뭔가 다름. 싸늘한 눈초리라던가, 잔뜩 힘이 들어간 억양이라던가. 미안~ 하고 사과 하던 인호는 깜짝놀라고 말아. 이런 표정은 본적도 없고, 평소엔 감정을 죽이는 애가 자신에게 마음껏 화를 내고있는 것처럼 보이는거야. 근데 그게 살떨리게 무서웠다는게 흠이지. 인호가 흠칫하다가 적반하장으로 야, 그럴수도 있지!하는데 다시 한 번 그 눈빛을 받으니 기가 죽어버리는거야. 그래서 눈을 못맞추고 있는 유정이 다가와서 앞으론 그러지마, 조심할거지? 하고 말하는거야. 인호는 뭔가 못마땅하지만 반박은 할 수 없으니 그러마, 하는거지.

그 이후로도 유정은 묘하게 자신에게 감정을 표출하는 일이 많아진다고 느껴. 진심으로 웃는다던가, 폭소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던가, 화를 낸다던가. 생소하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한데 딱히 나쁜 기분은 아니야. 자신과 거리가 좁아진 느낌? 제일 친해진 친구? 그래서 본인도 꽤 즐기는데 그게 끝이 아니라는거지.

유정은 인호의 일에 간섭하기 시작해. 처음엔 이것저것 챙겨준다던가, 이건 이렇게 하는게 낫지않겠는가, 조언해준다던가 식으로 조금씩 간섭하기 시작하지. 본래 유정은 타인에 일에 크게 관심을 가지지않아. 누군가 도움을 요청하거나 고민상담을 하거나 하면 다들어주긴 하지만 자신이 직접나서서 누군가를 챙겨주는 일은 거의 없어. 그런데 정말 친한 친구처럼 인호를 챙겨주는거야.

그래서 인호는 순수하게 기뻐하기도 했어. 뿌듯하고 우쭐하고. 그런데 어느순간 도를 넘어가기 시작해. 말하지도 않은 일정을 알고있다던가, 레슨 받으러 가는것도 따라고가고 본인도 배우기 시작하면서 감각을 익히고 인호의 음악 스타일?에도 간섭을 하는거야. 그래서 인호는 조금씩 짜증이나기 시작하는데 일이 하나 터짐. 유정이랑 인호랑 크게 싸우는 일이 발생. 그리고 인호의 손이 다치게 되는거야.

싸움의 시작은 인호가 유정의 간섭에 화를 내면서 부터 시작됐어. 챙겨주는것도 좋고, 신경써주는것도 좋은데 음악에 간섭하는것 만큼은 참을 수가 없어서 화를 내는 순간부터 시작됐지. 인호는 그렇게까지 분노하는 유정을 본적이 없어. 미쳐 날뛰는 사람같았지. 조용하게 분노하는데도 미쳐날뛰는걸로 보였어. 둘은 고함을 지르고 눈을 부라리고 주먹을 날렸어. 정확히는 인호만. 그런데도 다친건 인호였지. 유정은 인호의 주먹을 피해서 벽에 짓이기게 만들었어. 괴로워하는 인호를 빤히 바라보다가 손가락을 쥐어펴서 짓이겼어. 손이 부러질때까지. 인호는 생으로 손가락하나 하나가 부서지는 고통을 맛보고, 유정의 분노를 고스란히 받으면서 두려움과 절망감에 기절해버렸어.

유정은 인호가 기절할때까지 손을 짓이기고 나서는 기절한 인호를 가만히 내려다봐. 그리고 이해 할 수 없다는듯 한숨을 쉬고 화가난 표정으로 내려다봐. 유정은 옛날부터 자신의 감정을 잘 조절했어. 화를 내는 일은 거의없고, 화를내도 그 분노가 남들에게 피해를 주는 일은 없었단 말이야.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지도 않고, 욕설을 내뱉지도 않고, 주먹을 날리지도 않았어. 그건 본인의 의사가 아니었지만 그렇게 했어. 안그러면 그의 아버지가, 어떻게 나올줄알고 있었으니까.

그래서 유정은 남모르게 속으로 분노를 삭혀왔단 말이야. 그런데 아무도 알아주지않던 그걸 인호가 눈치채줬어. 화를 내도 좋다고 말해주고. 허락해 준거야. 유정에게 인호는 이해자야. 자신이 무엇을 해도 이해해줄수있는 존재지. 인호가 자신의 감정을 눈치채준 순간부터 그렇게 된거야. 인호의 의사와 상관없이. 그래서 유정은 인호에게 자신의 분노도 표출하고, 즐거움도 짜증도 우울한 기분도 전부 보여줬어. 그리고 인호를 자신의 울타리 안으로 넣어준거야. 유정은 제 울타리안에 있는건 끔찍하게 아끼는 편이야. 그게 아직까지 사람이 된 적은 없었지만 이제부터 인호가 그 안에 들어갔단 말이야. 그래서 유정은 인호에게 관심을 쏟아부은거야. 모든걸 보여줄 수 있는 이해자, 자신의 울타리 안에 들어올수있는 유일한 사람.

그래서 유정 에게 인호는, 모든걸 보여줄수있고, 모든걸 쏟아 부을수있고, 반대로 모든걸 이해해주는 사람이야. 인호는 유정을 이해해야해. 뭘하든, 전부 인정해줘야한단 말이야. 그래서 유정은 죄책감따위 가지지않았어. 이해해줘야지. 화를 내도 좋다고한건 인호잖아? 그렇잖아? 유정은 인호를 끌어안고 병원으로 데려다줘. 많이 안 좋다는 소식을 듣지만 유정은 상관없어. 불능이 되면 더 좋지. 자기것이 되버린게 다른 사람들 눈앞에서 돌아다니는 꼴을 보는것도 거슬리고. 더 이상 피아노를 치겠다고 홀로 다니지도 않을거고, 기가 죽어서 축쳐져있는걸 보듬어주면 그쪽도 자신을 더 봐줄테니까. 집착같은 감정이 어느새 생겨버렸는지 모르겠네. 어쩌다 이렇게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그것도 나쁘지 않겠다고 생각해. 유정은 흐뭇한 얼굴로 병실에서 잠들어있는 인호의 볼을 쓸어주고 손끝에 키스해. 발악은 하겠지만, 지쳐버릴때까지 몰아부칠거니까. 잔뜩 괴롭힐거니까. 자신의 감정을 모조리 쏟아버릴 테니까. 눈을뜨면 자신을 두려워하고 거부하겠지만, 시간이 지난뒤엔...

 

끝. 그만쓴다~_~ 자신을 이해해주는(준다고 믿는)유정이 인호를 마구괴롭히는 유정이 보고파쪗.. 너는 내 진짜 모습을 알잖아? 알고있다면 전부 이해해줘야지! 같은 느낌.

'another'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카미도  (0) 2016.01.27
유정인호 썰1  (0) 2016.01.13
유정인호 치비인호  (0) 2016.01.10
치인트 인호 짝사랑하는 글  (0) 2016.01.10
엑셀러레이터×라스트오더  (0) 2016.0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