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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소마츠상

[오소쥬시] 술

by 체리롤 2016. 1. 5.

*오소쥬시날 끝나기 2분전

*공포4,478  공미포 3,314

*개그지향했다 망함

 

 

 

 

술은 만악의 근원이다.

적어도 마츠노 가에서는 그랬다. 평소에도 쓰레기를 자처하는 여섯 쌍둥이들은 술이 들어가기 시작하면 이성의 고삐를 놓기 시작했다. 신세를 지고 있는 치비타네 오뎅 가게에서는 그나마 최소한의 양심은 남겨두었지만 쓰레기는 어딜 가도 쓰레기라고 그나마도 열에 아홉은 인사불성이 되어 그나마 이성이 남은 형제들이 뒤처리를 하는 것이 일상이었다.

이번에도 그랬다. 올해의 마지막도 칙칙한 남정네들 사이에서 보내기 싫다고 울부짖기 시작한 장남을 필두로 방안을 밍기적 거리던 몸뚱이들이 하나둘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중 삼남인 쵸로마츠는 나이 곱게 먹은 양반이 때나 쓴다며 장남인 오소마츠를 밟아주려 일어난 것이었지만 나머지 형제들은 장남의 말에 감명을 받은 듯 되도 않는 헌팅을 하러 가겠다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뭐가 될 거 같지는 않지만 올해의 마지막이라는 초조함이 그들의 등을 떠밀었다.

서로가 서로에게 행운을 빌며 헤어진 지 8시간. 결과는 뭐, 안 봐도 뻔했다. 크리스마스에도 한 손에 휴지와 한 손에 에로비디오를 들고 있던 녀석들이 용을 조금 써본다고 하루아침에 뭐가 달라질 리도 없었다. 결과는 결국 올해의 마지막도 치비타네 가게에서. 참 못났어요. 짝짝.

사실 차남인 카라마츠를 제외하고는 다들 예상했던 결과라는 듯 새해를 알리는 종이 치기 1시간 전부터 하나둘 치비타네 가게에 모여 들었던 터였다. 그리고 당연하지만 속 쓰린 결과에 주지도 않을 외상값을 잔뜩 달아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마지막으로 카라마츠가 꽁꽁 언 얼굴로 코를 훌쩍이며 가게 안으로 들어섰을 때는 여섯 쌍둥이를 제외하고 간간히 남은 손님들이 얼큰하게 취한 얼굴로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새해의 종소리는 사람들을 집으로 불러 모으는 힘이 있다. 아니면 술집이거나. 니트인 쌍둥이들은 가보지 못할 명소들이라거나. 아니, 어쨌든 올해의 마지막과 새해의 첫날을 여섯 쌍둥이들 끼리 안타까울 만큼 한심한 모습으로 보내는 사람은 없을 거라며 토도마츠가 한숨을 쉬었다. 맞는 말이다. 원해서 가족과 함께 보내는 것도 아니고 그저 갈 곳 없는 여섯 남정네들이 쓸쓸한 몸을 작은 포차에 우겨넣고 할 일이 없어 술이나 마시는 것으로 한 해를 마무리하는 것이다. 오오. 그렇게 말하니까 엄청 한심하다. 토도마츠의 말을 이어받아 한껏 취한 오소마츠가 낄낄거리는 웃음소리로 되받아쳤다. 웃음이 나와야 하는지 울음이 나와야하는지 알 수가 없다. 술이 한껏 들어가기 시작한 여섯 쌍둥이들은 그냥 흐르는 대로 웃고 흐르는 대로 울었다.

술이 취하면 인간은 이성의 고삐가 풀리기 시작한다. 감정들은 제 마음대로 튀어나오고 용기에 용기가 더 해져 만용을 부리며 입에 물린 두려움과 후환의 재갈은 제멋대로 풀리기 시작한다. 거기까지만 해도 좋으련만 육쌍둥이들은 처음 말했던 것 마냥 술을 만악의 근원으로 만들기 시작했다. 간단하게 길바닥에 얼룩덜룩한 무지개떡을 만드는 것 정도라면 평범한 것에 지나지 않은 일이었다. 주 피해자인 치비타도 차마 보지 못한 일들이 숱한 밤마다 일어났다. 아마도 올해에도 벌어질 일이 바로 지금.

 

“혀어엉엉어어엉아아아앙아아아!”

“오오오오! 우리 오남!!!”

 

넋이 나간 이치마츠와 눈물대신 콧물을 쏟아내기 시작한 카라마츠를 배경으로 쥬시마츠가 팔을 번쩍 들어 자신과 눈이 마주친 오소마츠에게 달려들었다. 옆에서 아직 정신이 오락가락하고 있는 쵸로마츠가 짧게 잔소리를 내뱉었지만 겉보기엔 말짱해도 눈이 풀리기 시작한 오소마츠는 그 소리를 듣지 못하고 번쩍 팔을 벌린 쥬시마츠를 마주 안아주었다. 흙냄새와 술 냄새가 진동을 하는 거대한 노란 병아리.. 아니 오남이 장남에게 매달린다. 오소마츠는 앓는 소리를 내뱉었다. 으에엑. 우리 오남 뭘 먹고 이렇게 무거워진거니. 이 술이야? 이 술이 잘 못 한거야? 그럼 내가 다 먹어서 없애주겠어! 팔을 벌려 안기는 것으로 모자라 제 무게를 실어 오소마츠의 품에 매달린 쥬시마츠를 보며 끙끙 앓는 소리를 내던 오소마츠가 술병을 들었다. 안주와 술로 빵빵해진 배는 쥬시마츠의 무게를 견디기 힘든 것 같았지만 역시나 제정신이 아니긴 마찬가지인 오소마츠는 알콜에 절여진 머리가 시키는 대로 술병을 입으로 가지고 갔다. 그 사이에 오소마츠에게 매달린 쥬시마츠는 맹렬하게 오소마츠의 가슴에 머리를 부비며 애교를 부리고 있었다. 형아아ㅏㅏㅏㅏㅏㅏ!! 아이고, 그래. 형아 힘들다. 쥬시마츠.

 

“쥬시마츠, 귀엽긴 하지만 그만둬. 형아는 여자가 부리는 애교가 좋다구?”

“에, 정말입니까? 쥬시마츠군의 애교는 아웃입니까?”

“그렇지. 이 형아는 우리 집 오남보단 이렇게 가슴이 빵빵하고 허리가 잘록한 여자가 더 좋아요. 쥬시마츠군은 여자가 아니라서 안 돼.”

“여자면 괜찮은거여?”

“괜찮지 않을까?”

“진짭니까!!”

 

그럼 나도 지금부터 여자 할래! 오소마츠에게서 떨어진 쥬시마츠는 훌쩍훌쩍 코를 훌쩍이다 토도마츠가 건내 준 손수건을 흥건하게 만들고 있는 카라마츠를 밀어내고 오소마츠의 옆자리에 앉았다. 쥬시마츠에게 밀린 카라마츠가 벌러덩 의자에서 떨어져 바닥을 뒹군다. 이치마츠가 그걸 오뎅 꼬치로 쿡쿡 찌르는 것이 보였다. 형아! 시야 사이로 쥬시마츠의 얼굴이 가득 찼다. 술에 취해 발갛게 변한 얼굴이 당당하게 가슴을 내밀고 있었다. 이제부터 쥬시마츠군이 오소마츠 형의 여자가 되어주겠슴다아-! 힘차게 외치는 모양이 우스워서 오소마츠는 웃음을 터트렸다.

 

“그래~? 그럼 쥬시코짱은 오소마츠군에게 뭘 해주는 건데? 애교?”“애교!”

 

쥬시마츠가 팔을 번쩍 들어 오소마츠를 끌어안는다. 그리고 머리를 쓰담쓰담. 흥얼흥얼 콧노래도 흘리는 모습이 흥이 돋은 모양새였다. 오소마츠는 잠시 기울어진 머리 탓에 아찔해질 뻔 한 정신을 다잡으며 쥬시마츠의 허리를 붙잡았다. 아니아니, 이거 아닌데요. 쥬시코쨩.

 

“이거 애교가 아니잖아.”

“그치만 이렇게 해주면 잠이 잘 오잖아?”

“그건 엄마잖아. 형아에게 필요한건 애인이라고.”

“섹스?!”

“그래! 그런거!”

 

뭐가 그런거냐! 미친놈아! 예상치 못한 곳에서 태클이 걸려온다. 아직 완전히 죽지 않은 쵸로마츠가 평소처럼 츳코미를 날리며 씩씩거리고 있었다. 그런데 화내는 모양새와 달리 머리가 허우적허우적 허공에서 흐늘거린다. 오소마츠는 또 한 번 파핫! 웃음을 터트렸다. 술에 취했더니 웃음이 해퍼졌다. 아니면 그냥 형제의 인사불성된 모습이 즐거울 뿐인지도 몰랐다. 츳코미거는게 인생의 이유도 아닌데 얼른 잠들든가 마저 마시든가 해주지 않겠어, 쵸로마츠군. 쥬시코짱은 내꺼라고?

 

“쥬시마츠한테 헛소리 하지마! 애초에 여자도 아니잖아!”

“아냐! 쥬시코쨩이 내 여자가 되어주기로 했단 말이야!”

“맞아! 오소마츠 형아의 여자입니다!”

 

에라이, 미친놈들아! 쵸로마츠가 속이 타는 듯 앞에 놓인 술잔을 들었다. 맞아맞아 하고 오소마츠의 편을 들던 쥬시마츠는 그걸 보더니 몸을 들썩 거리며 오뎅 안주를 쵸로마츠의 입안으로 넣어준다. 쵸로마츠는 오뎅을 우물거리며 또 잔소리를 내뱉다가 잔을 비웠다. 쵸로마츠의 잔소리는 들어주기가 힘들다. 그 사이 오소마츠는 잠시 감길 뻔한 눈꺼풀을 억지로 들어 올리고 반쯤 풀린 혀로 외쳤다. 사랑의 아름다움을 모르는 당신은 불쌍해요! 우리 쥬시코쨩이 얼마나 이쁜데!

 

“허리도 잘록하고! 어라, 근육이네. 쥬시코쨩 운동해?”

“완전 좋아해! 야구!”

“좋네! 잘록한 근육질 허리! 그리고 가슴도!”

 

이렇게! 어! 이렇게 가슴! 어! 딱딱하네! 어! 근데 말랑말랑해! 쥬시코쨩 가슴 어쨌어! 가스으으으응ㅁ!!! 옷 사이로 손을 집어넣은 오소마츠가 쥬시마츠의 가슴을 주무르며 오열했다. 말랑말랑 폭신폭신 압사당하고 싶은 가슴은 없고 대신 평평한데 그래도 조금 말랑말랑하고 따듯한 가슴뿐이다. 내 꿈은 여친 가슴에 얼굴을 파묻어 보는 거였는데. 새로 생긴 여친은 가슴이 없네. 아 서럽다. 술에 취해 울상이 된 얼굴로 오소마츠는 쥬시마츠의 가슴을 주물렀다. 그래도 가슴은 가슴인지 주무르다보니 손에 감긴다. 열이 올라 따듯한 가슴에 땀이 밴 손이 슬슬 기어올랐다. 어쩐지 아랫도리가 뻐근하다. 오소마츠는 가물거리는 눈에 힘을 주었다. 제 다리 사이에 앉은 쥬시마츠는 술에 취해 웃음만 토해내고 쵸로마츠는 방금 잔이 마지막이었는지 안주가 담긴 접시에 머리를 쳐박고 세상모르게 잠들어 있었다. 나머지 형제들은 눈에 보이지도 않았다. 손바닥에 감겨오는 살결은 속궁합이 잘 맞는 남녀 마냥 척척 감겨온다. 오소마츠의 풀린 눈동자가 픽하고 꺼지더니 실실 풀린 웃음을 입가에 띄었다. 쥬시코쨩. 이게 기회야!

 

“가자! 쥬시코쨩!”

“어디? 어디?”

“가슴 만들어줄게!!!!”

 

와아아! 가슴! 환하게 웃음지은 쥬시마츠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가슴 큰게 좋아! 그래? 나고 큰게 좋아! 이 형아가 크게 만들어줄게!

 

 

 

 

 

 

 

 

 

 

 

 

술은 만악의 근원이다.

작은 새들이 지저귀고 햇살이 눈부신 새해 첫 오후. 오소마츠는 제 옆에 잠든 자신의 형제와 질펀해진 아랫도리를 붙잡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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