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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미션/완성샘플

ㄱ님 커미션 샘플

by 체리롤 2016. 5. 2.

[루조로] 제자리




for. ㄱ님


피부 표면을 쓸어내리는 타인의 손길에 그는 조금 허리를 떨다가 숨을 헐떡였다. 빙글빙글 세상이 돌고 있었다. 오랜만에 모두와 만나는 자리였기 때문인지, 답지 않게 분위기에 휩쓸려 잔뜩 들이켰던 기억을 끝으로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얼마나 마신거지. 퉁퉁 부은 눈을 꿈뻑거리던 그는 문득 자신의 다리 아래로 느껴지는 위화감에 정신을 차렸다. 보드라운 이불의 감촉이 서늘하게 감겼다. 그는 헉 숨을 내뱉고 허리를 들어올렸다.


“!”


급하게 숨을 들이킨다. 그리고 비명을 삼킨다. 언제 벗겨진지 모를 옷가지들이 침대 밑을 뒹굴고 있었다. 롤로노아 조로, 그는 다시 숨을 삼키고 머리를 부여잡았다. 숨을 내쉬는 법을 잊어버린 것 같았다.


*


조금 특별한 관계였다는 것은 인정한다. 그는 오랜 시간을 함께해온 소꿉친구였고, 가족과도 같은 존재였다. 그것을 제외하고라도 그는 롤로노아 조로에게 조금 특별한 존재였다.



처음 학교에 입학 했을 때에도, 처음 검도를 시작했을 때에도, 처음 여자를 사귀게 되었을 때나 처음 몽정을 겪었을 때도, 가장 처음은 언제나 그였다. 그가 처음으로 자위하던 날마저 그는 조로의 모든 처음을 함께했다. 그리고 지금에 와서는 첫 관계라니.


이것을 과연 평범한 ‘친구’로 정의 할 수 있을까.


맨 몸으로 자신의 허리와 다리를 끌어안고 잠에 빠져있던 그를 조심스럽게 떼어놓은 조로는 화장실로 향했다. 주르륵 타고 흐르는 액체의 섬뜩한 느낌에 믿고 싶지 않은 사실 하나가 떠올랐지만 애써 무시했다. 설마 내가 밑일 줄이야.


걸음걸이가 조금 불편하다. 지난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머리는 기억하지 못한데도 몸은 그 여파를 여실하게 보여줬다. 얼마나 지독하게 한 건지 좀처럼 지치는 일이 없는 육체가 피로와 고통을 호소하고 있었다. 조로는 어기적어기적 걸어간 화장실 안에서 한참이나 제 몰골을 확인했다. 정면에 보이는 거울에 비친 제 모습은 처참함 그 자체다. 까치집이 진 머리는 적당히 손으로 빗어내면 어느 정도 정리가 됐지만 덕지덕지 말라 붙어있는 침 자국이나 정액으로 추정되는 액체, 목덜미와 몸 곳곳에 새겨진 자국들은 도저히 가릴래야 가릴 수가 없는 것들이었다. 이 자식. 여전히 적당히 라는 걸 모르는 놈이잖아.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난다. 이럴 때가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조로는 제 몸에 남은 흔적들이 너무 루피답다고 생각했다.


어릴 때는, 상대가 너무 익숙하고 소중해서 모든 것의 중점이 되던 때가 있었다. 그 나름대로 처음을 함께하는 존재가 가지는 소중함이란 그런 것이었다. 자신이 가지는 모든 처음을 공유할 수 있는 존재로는 루피 밖에 없었고, 너무나 당연스럽게 자신의 모든 것을 그와 함께 누려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 어린 순간에야 혹시 관계를 맺게 된다면, 하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지 않았다고는 할 수 없었지만 정말로, 하지만 정말로, 롤로노아 조로는 단 한 번도 몽키 D 루피와 관계를 가져 볼 거라고는 생각지도 않았다. 언제나 망상의 중간에서 현실이 브레이크를 걸었고 그 망상은 끝까지 가지도 못했다. 당연했다. 그들은 동성이었고 조로가 아무리 루피를 좋아했다고 해도 조로는 동성애자가 아니었으니까.


그러니 조로가 눈을 뜨고 자연스럽게 현실을 맞이했다고 해서 이 현실이 가벼운 것은 아니었다. 조로는 조용히 동요했고 조용히 고뇌했으며 조용히 분노했다. 아무리 친한 사이였고 처음을 함께 나누던 상대였다고 하더라도 이런 순간까지 함께 나누게 된다는 건 문제가 있는 일이었다. 아니, 이걸 처음을 함께했다고 말할 수 있기나 한 걸까. 그는 이제 더 이상 어린 아이가 아니었다. 그는 다 큰 성인이었고 더 이상 처음이라는 말로는 이 문제를 해결 할 수 없다는 걸 알았다. 이건 그러니까 이것도 저것도 아닌 그냥 섹스였다. 몸의 대화. 욕망에 의해서든, 애정의 의해서든 서로가 서로의 행동을 책임져야만 하는 성인의 행위. 단지 완벽한 삽입 섹스가 처음일 뿐이지 그 이상의 의미도 없었다. 아, 남자와 하는 관계도. 젠장.


조로는 분노했으나 여전히 낮게 가라앉은 눈을 했다. 상황의 심각성을 모르는 것도,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아니었지만 다만 그는 머리보다 몸이 먼저 나가는 사람답게 생각에 잠기기보다 먼저 현실의 제 상황에 치중하는 것을 택했다. 조로는 샤워 호스에서 떨어져 내리는 물줄기를 맞으며 몸 여기저기의 감각을 확인했다. 물리고 빨린 흔적이 남은 곳들은 조금 쓸린 느낌이 났지만 특별한 문제는 없었다. 하지만 허리는 그렇지 않은 듯 뭐라고 말 할 수 없을 만큼 미묘한 통증이 거슬리게 남았다. 묘한 통증과 뻐근함, 불편한 자세에서 한참을 멈춰 있을 때 특유의 아릿한 통증. 조금 더 통증에 집중하자 허리뿐만이 아니라 무릎 뒤쪽에서도 저릿함이 느껴졌고 어깨도 잠을 잘 못잔 듯 조금 굳어 있었다. 특히 화끈 거리는 밑은 한 번 신경을 쓰기 시작하자 미친 듯이 욱씬거리기 시작했다.


얼마나 한 거야. 조로는 낮게 혀를 찼다. 기억에도 없는 루피의 성급한 얼굴이 떠오른다. 절제 없이 몰아붙였을 상대의 얄미운 얼굴을 떠올리자 볼멘소리가 절로 터져 나왔다. 그러나 제 위에서 기승을 부렸을 당사자는 아직까지 침대 위에 널부러진 상태였고 열락의 시간은 이미 지나간 뒤였다. 이제와 짜증을 부려봤자 별 의미도 없다는 것을 알고 있는 조로는 금세 인상을 풀었다. 어쩔 수 없이 욕지거리는 튀어나왔지만 보이지 않는 상대에게 짜증을 부리는 것보다는 제 몸 상태가 먼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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