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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미션/완성샘플

ㅍㅇ님 샘플

by 체리롤 2016. 4. 30.


[펠본브로] 개를 훈련시키는 방법






for. ㅍㅇ님



굳이 말하자면 파피루스에게 샌즈는 형제가 아닌 '제 것'이었다. 가족이라는 끈에 묶인 완벽한 소유물. 혈통서 없는 개새끼마냥 빨빨거리며 이곳저곳에 함부로 몸을 굴려도 결국엔 제 품으로 돌아와 아양을 떨 애완견. 그건 아주 어릴 적부터 정해진 법칙 같아서 파피루스는 그것을 단 한 번도 의심해 본 적이 없었다. 그가 무엇을 하든 샌즈는 언제나 그의 것이었고 그의 소유였다.


둘은 원래 그랬다. 비틀린 형태의 관계가 잘 만들어진 퍼즐처럼 딱 맞았다. 같은 핏줄을 타고 났어도 파피루스는 제 형을 형으로 여기지 않았고 샌즈는 동생이 하는 일이면 그게 무엇이든 따랐다. 저를 소유물처럼 여기는 동생의 모습에도 쳐진 눈꼬리를 가늘게 휘며 웃음 짓는 얼굴로 사랑스러워. 하고 속삭였다. 미쳤다고 해도 할 말이 없을 작태였지만 파피루스가 샌즈를 제 것으로 여기는 만큼 샌즈도 그것이 아주 당연했다.


이렇듯 비틀릴 대로 비틀려버린 관계는 형제의 몸과 머릿속 깊이 자리를 잡았다. 동생은 당연한 것처럼 제 형을 부렸고 형은 당연한 것마냥 꼬리를 흔들었다. 두 형제가 주변을 의식할 나이가 되었을 무렵에는 '평범한' 형제를 연기하기 시작했지만 둘 만 있을 때는 어릴 적과 변함없는 관계를 유지했다.


그렇게 27년이 지났다. 이제는 완전히 굳어 버려 더 이상 되돌릴 수 없는 두 사람의 관계 속에서 샌즈는 아주 가끔 이때 누군가 이 관계의 기묘함에 대해 얘기해 주었다면 자신의 인생이 어떻게 바뀌었을지 생각해본다. 평범하지 않은 형과 사랑스러운 동생의 관계는, 아마도 평범하고 지루하기 짝이 없는 ‘일반적인’ 형제 사이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아니면 제 동생에 미친 샌즈가 그냥 상대를 죽어라 팼을지도 모르는 일이고.



“샌즈.”

“으응...”


샌즈는 땅을 짚은 손에 힘을 주었다. 한 번 걸음을 옮길 때마다 입에 문 목줄이 흔들린다. 샌즈는 천천히 바닥을 기어 열 발자국 앞에 선 동생에게 다가갔다. Good boy. 부드러운 손길이 샌즈의 머리를 쓰다듬는가 싶더니 샌즈의 입에 물려있던 목줄을 들었다. 이리와. ‘교육’중의 동생의 목소리는 소름이 돋을 정도로 달콤하다. 바르르 떨리는 몸을 애써 누르며 샌즈는 얌전히 동생의 손이 제 목을 훑는 것을 기다렸다. 미지근한 손끝이 샌즈의 목덜미를 쓰다듬고 낡은 목줄을 채웠다. 찰칵. 목을 감싸는 가죽의 감촉은 답답함 보다는 편안함과 안정감을 준다. 샌즈는 낮은 숨을 내뱉으며 동생의 몸에 제 몸을 기댔다. 이제야 붕 떠있던 몸이 땅을 밟고 있는 기분이었다. 집밖에서는 이런 안정감을 찾을 수가 없다. 낡고 오래된 제 목줄과 동생의 손길이 없으면 불안한 자유가 제 몸을 휘감는 탓이었다.


샌즈는 두 사람의 관계를 나타내는 낡고 오래된 목줄이 제 목을 조이는 것을 만족스러운 얼굴로 바라보았다. 제 이름과 파피루스의 이름이 걸린 목줄. 그의 인생만큼이나 오랫동안 함께해 온 이 물건을 떠올리면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기억이 있었다. 비틀린 형제의 인생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라고 할 수 있는 파피루스의 13살 생일이었다. 어린아이의 어중간하던 소유욕과 애착심이 완전하게 자리 잡은 때였다.


파피루스의 13살 생일에 파피루스는 생애 처음으로 제 형의 목에 목줄을 멨다. 파피루스의 인생에서 그렇게 까지 만족스러운 고양감으로 가득했던 날은 많지 않았다. 그날 파피루스는 아주 드물게 흥분한 어린아이마냥 굴었고 제 형을 졸라 선물을 사오도록 시켰다. 빨갛게 칠해진 가죽에 작은 징이 박히고 벨트로 길이를 조절하도록 만들어진 목줄은 샌즈가 제 손으로 직접 고른 물건이었다.


목줄은 잘 손질되어 있어서 샌즈의 목에 감기고도 불편함이 없었다. 작은 손이 샌즈의 턱을 살짝 들어 올리고 목을 감쌌다. 천천히 치수를 재듯 목둘레를 감싼 목줄이 철컥이며 채워지는 소리가 났다. 샌즈는 아직은 자신보다 작은 동생이 까치발을 들어 제 사이즈에 맞도록 목줄을 조일 동안 뭐 마려운 개새끼마냥 다리를 꼬며 앓는 소리를 냈다. 제가 고른 목줄이 제 목을 채울 동안 샌즈가 한 생각은 하나뿐이었다. 그 날은 그의 17년 인생에서 처음으로 발기한 날이었다.


창피하고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어린 동생의 손에서 발기하는 형이라. 그것도 어떠한 성적인 터치도 없이 그저 제 목을 감싸는 목줄의 감촉과 땀이 벤 동생의 손끝에 온 몸이 달아올라 어쩔 줄을 몰라 했다. 부끄러움과 수치심이 스멀스멀 등을 타고 기어올랐다. 파.. 파피.. 샌즈는 동생의 얼굴을 보며 데굴데굴 눈을 굴렸다. 알 수 없는 불안감이나 초조함이 샌즈를 괴롭히고 있었다. 최후까지 남겨두었던 마지막 선을 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불안감을 감출 수가 없었다. 이 선을 넘어가는 순간 샌즈는 어떤 무게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그가 누릴 수 있었던 어떤 미래의 모든 것들은 속박당하고 뭉개진 채 샌즈의 발밑에 덩그라니 나동그라질 것이다. 그러나 샌즈는 바르르 몸을 떨며 웅얼거리는 소리를 낼 때마다 침착한 얼굴로 어깨를 누르는 동생을 거부할 수 없었다. 자신에게 집중하는 동생의 얼굴은 너무 사랑스러웠고 묘하게 흥분된 얼굴에 아랫배가 찌르르한 묘한 통증으로 울렸다. “가만히.” 그러니 샌즈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긴 속눈썹에 드리워진 그림자 진 동생의 얼굴을 바라보는 것뿐이었다.


얼굴까지 빨개진 샌즈가 어찌할 바를 몰라 우왕좌왕 하는 동안 목줄이 채워졌다. 됐다. 파피루스는 만족스러운 얼굴로 절그럭 거리는 목줄을 잡아당기고 제 형을 무릎 꿇렸다. 샌즈는 제 목을 조이는 압박감과 앞으로 쏠리는 무게감에 무릎을 꿇었다. 사랑스런 동생의 낮은 웃음소리가 들렸다. 파..팝.. 이거... 등 뒤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자신도 알 수 없는 흥분감에 머리가 어질어질 할 지경이었다. 여기서, 그만 둬야 하는데. 샌즈의 흔들리는 눈동자가 제 동생의 얼굴을 바라본다. 왜? 천진난만하다고 부를 정도로 악의 없는 얼굴이 슬며시 미소 짓는 것이 아름다워 샌즈는 목울대만 움직였다. 안 돼. 말 할 수 없어. 거부 할 수 있을 리 없어.


“이건 우리의 계약 증표야.”


너도 마음에 들 거라고 생각해. 맞지? 웃고 있는 동생의 얼굴은 까맣게 드린 그림자로 어둡게 빛났지만 샌즈는 고개를 끄덕였다. 제게 주어지는 지배감에 익숙한 샌즈에게 동생의 단호한 선언은 거부 할 수 없는 명령이었다. 샌즈는 홀린 것처럼 입술을 우물거렸다. 응.. 응. 맞아. 맞아, 팝. 나, 마음에, 들어.


아무 것도 모르는 어린 동생은 제 행동이 무슨 의미를 가지는지 알지도 못하겠지. 제 동생에 대한 무한한 긍정적인 생각들로 가득한 샌즈는 동생의 속도 모르고 제멋대로 결론지었다. 너무 당연한 것처럼 이어져온 관계는 샌즈의 이성까지 마비시킨 탓에 샌즈에게 남아있는 것은 형으로써의 책임감과 피지배자로써의 복종심뿐이었다. 맞물리지 않는 두 가지 감정이 기묘하게 얽혀 샌즈의 사고를 막았다. 맞아. 팝은 아무것도 몰라. 그러니까 이후의 모든 책임은 내가 지어야 돼. 막지 못한 내 잘 못이니까. 샌즈는 땅을 손으로 짚으며 파피루스의 무릎에 얼굴을 부볐다. 만족한 동생의 웃음소리가 머리 위로 쏟아졌다. 착해. 칭찬하는 목소리가 들어본 적 없을 정도로 달콤하게 녹아있었다. 아, 파피. 내 사랑스러운 동생. 내가 널 어떻게 거부 할 수 있을까. 막을 수도 거부 할 수도 없으니 나는 네가 착각 속에서 깨지 못하도록 해야겠다. 샌즈는 제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쓸어내리는 파피루스의 손에 바르르 몸을 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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