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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미션/완성샘플

ㅁ님 커미션 샘플

by 체리롤 2016. 4. 30.

 현대au ver.



[파피샌즈] 취하다




for. 멩님



폭풍 같다. 아니, 이건 꼭 해안가 너머로 밀어닥치는 쓰나미 같다.

피부 밑에 잠들어 있던 혈액들이 빠르게 회전한다. 혈액을 운반하는데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심장은 이미 부서질 듯 떨리고 있었다. 기쁘게 열리는 몸과 울음소리인지 웃음소리인지 알 수 없는 소음들. 움푹 긴장한 몸은 조그만 자극에도 파드득 떨려오고 눈앞에서 일렁이는 하얀 물거품의 하늘거림은 당장이라도 샌즈의 모든 것을 먹어치울 기세로 덮쳐들고 있었다. 샌즈는 아찔한 시야 속에서 파랗게 빛나는 눈동자를 봤다. 순간적으로 밀려오는 소름에 샌즈는 비명을 삼켜야 했다. 아, 덮쳐져죽는다.


헉헉. 터져 나오는 가쁜 숨의 주인이 누군지도 모르고 급하게 덮쳐드는 서로의 호흡을 삼키고 있었다. 본래의 호흡 대신 서로의 숨을 탐하는 이 순간이 얼마나 탐욕스러운가. 질척이는 혀가 입천장을 간질이고 치열을 골고루 훑고 지나가는 감각은 더할 나위 없이 아찔했다. 이럴 수는 없는 법이라고 머릿속 한편으로 거절해 보려 했지만 서로의 호흡을 삼키는 행위는 너무 달았고 알콜 맛이 섞인 입술은 맛보는 것만으로 취해버릴 것 같이 독했다. 샌즈는 눈을 감았다. 밀어내기 위해 들었던 손은 어이없을 만큼 간단하게 떨어져 나갔고 되려 달려드는 손길에 섞여 서로의 손을 겹쳤다. 파피. 파피. 파피루스. 나의 형제. 나의 동생. 아. 샌즈는 헉 숨을 삼키고 목덜미로 달려드는 입술이 손쉽게 자신을 취할 수 있도록 고개를 들었다. 다급한 숨결이 이번엔 서로의 입술이 아닌 샌즈의 목덜미로 내려앉았다. 아. 샌즈는 낮은 신음을 내뱉었다.



사실 이 모든 일이 꿈이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샌즈는 아찔해지는 머리가 자신의 것인지 아니면 파피루스의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열에 휩싸여 이성대신 본능을 휘두르고 있는 건 어느 쪽일까. 술에 취해 자신의 형을 덮치는 동생과 그런 동생을 밀어내지 못하고 다리를 벌리는 형. 어느 쪽이든 좋은 모양새가 아니라는 건 분명했다.


차라리 불륜이 낫지. 샌즈는 벌어지는 입술을 앙다물기 위해 애쓰며 생각했다. 동성애에 대해서는 폄하할 생각은 없지만 같은 피가 섞인 형제 사이에서의 연애 감정은 어디를 가도 욕을 먹어야 했다. 근친이라니. 한 피로 이어진 이들이 다시 한 몸으로 섞여들기 원하고 있는 광경이라니. 샌즈는 배덕감에 머리가 조이는 기분이었다. 아찔함이 눈앞에서 흔들렸다.


다시 한 번 뜨거운 손길이 얼굴이 아닌 헤지고 늘어난 티셔츠 안으로 파고들었다. 아, 안돼. 화들짝 놀란 샌즈가 작게 비명을 질렀다. 이 이후의 관계는 단순히 혀를 얽히고 서로의 열기를 탐하는 행위와는 달랐다. 완벽하게 욕망을 위한 섹스(Sex)의 영역이었다. 샌즈는 나즈막이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파피, 그만.... 그러나 우습게도 작게 줄어드는 목소리는 끝에 가서는 말도 되지 못하고 흩어졌다.


우스운 일이었다. 제 동생을 위해 무엇이든 견딜 수 있다고 말하던 남자는 어디에 갔는지. 팽팽하게 당겨진 샌즈의 이성은 자신의 행위에 대해 정당성을 달기 위해 잊고 있던 기억을 끄집어냈다. 처음 고아원을 나오기 며칠 전에 들었던 말. 형제가 아닐지도 몰라. 추운 겨울. 잠든 샌즈의 품에 안겨있던 작은 보자기는, 어쩌면 제 피로 이어진 동생은 아닐지도 몰랐다. 샌즈는 자신과 그의 형제가 피로 이어진 형제임을 믿어 의심치 않았지만 혹시라도 피로 이어진 형제가 아니라면... 실상은 근친인지 아닌지 확인할 방도도 없으니 샌즈는 근거 없는 배덕감으로 몸을 떨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궤변이다. 샌즈는 이렇게라도 핑계를 대지 않으면 자신이 이 모든 무게를 견디지 못할 것을 알고 있었다. 사실은 피가 이어지고 이어지지 않고의 문제가 아니었다. 이미 형제라고 낙인찍은 관계를 벗어나려 하는 이 상황 속에서 어떻게든 정당성을 부여해 책임감과 압박에서 벗어나고 싶은 거였다. 만약 샌즈가 조금이라도 이성을 유지하고 있다면 이 관계를 거절해야 했다. 그럼에도 거절의 말이나 거부하는 몸짓 한 점 없다. 그러니 샌즈는 자신의 생각이 자신의 것인지, 아니면 자신도 모르는 타인의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수년간 참아왔던 마음이 상대의 열기 한 번에 녹아내린다는 건 샌즈의 냉철한 이성이 용납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 자신이 이성을 잃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그만큼 자신이 간절히, 간절히, 자신의 형제를 바라고 있다는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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