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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라라라22

[이자시즈]키워드 불안함 to.귤 1. 마지막 날 곧 5년째다. 오리하라 이자야는 모든 준비를 끝마쳤다. 그동안 소중히 모아온 물건들은 모두 커다란 종이 박스에 밀어 넣었고, 방 곳곳에 위치한 액자 안에 사진들도 모두 빼내어 사진첩에 집어넣었다. 냉장고 한 켠에 가득 쌓인 유제품들도, 한두 개만을 제외하고 모두 버렸다. 그러고도 시간이 남아 괜시리 이리저리 움직이며 집안을 환기시키고, 청소도 했다. 아무것도 준비하고 정리할 필요가 없음에도 그는 느릿하게 흘러가는 시간을 견디지 못해 분주하게 움직이며 시간을 흘려보냈다. 그렇게 쓸데없는 자료정리까지 마치고나자 어느새 시계의 시침과 분침은 3시 30분을 가르켰다. 곧, 그 시간이 다가온다. 답지 않게 신 호흡을 한다. 벅차게 기다려오던 순간이라는 생각이들자 손 안에 땀이 차오르는 것이 느껴졌.. 2013. 9. 10.
[히비데리] 숨1 *임신수 *오메가버스 세계관 괜찮으면 go↓ 아이가 생겼다. 헤이와지마 데리오는 말없이 의사를 바라보며 머리를 긁적이다가 헛웃음을 지었다. 아이. 누구의 아이인지 추측되는 인물의 얼굴을 꼽아본다. 하나 둘..셋... 꽤 많다. 아이에게 미안하게도 누군지 분간이 가질 않는다. 미안하게도, 누가 누구였는지 기억나지도 않았다. 변명은 여럿을 들 수도 있겠지만 이유는 하나였다. 그가 관계를 가진 사람이 하나가 아니라는 지극히 단순한 이유. 그는 불평하지 않았다. 그저 운이 조금 나빴던거라고 생각한다. 실수였다. 그래도 예상하고 있었다. 동물의 발정기처럼 찾아오곤 하는 그 기간에, 오메가인 저가 너무나도 무방비하게 자신을 드러냈기 때문에. 자신과는 다른, ‘알파’가 돌아다니는 곳에서, 아무런 경계도 없이 무방비하.. 2013. 8. 7.
마마마-to옵님 1-1 콰앙, 하고 이자야가 서있는 곳에서 약 50m지점에서 화려한 불기둥이 솟아오른다. 어두운 밤, 달콤한 잠을 깨울 흉포한 불길 소리에 나이프를 가지고 옥상 바닥 여기저기를 긁어내던 이자야가 고개를 들었다. 본래 이자야가 봤던 조용하고 한적했던 폐건물은 어디가고 본래의 형체가 우그러진 걸물 하나가 불길 속에서 덩그러니 타오르고 있었다. 아, 또 저지른건가. 영 조신하지 못한 행동거지에 이자야가 혀를 내두른다. 조금만 조심하면 기물파손은 없을 텐데. 일부러 조용한 곳만 찾아 정보를 물어다줘도, 상대는 그런 배려 따윈 무참하게 짓밟아버린다. 그것도 아주 난폭한 형태로. 이제는 잔소리를 하는것도 입이 아파서 고개를 내저으며 한숨을 내쉬는게 전부. 저것도 일종에 습관인가 하는 엉뚱한 생각을 하며 이자야는 불.. 2013. 7. 10.
조각글 모음+추가예정 1 “시즈, 시즈쨩.” 볼을 타고 흘러내리는 눈물이 바닥을 수놓는다. 물방울이 퍼져나갈수록 옅은 회색의 아스팔트가 짙은 빛을 띠었다. 시즈. 이자야는 울음을 삼켰다. 터져나오는 감정이 목을 메운다. 오랫동안 묵어왔던 감정은 한 번 터지기 시작하자 멈출 줄을 몰랐다. 시즈, 시즈, 시즈. 길고 길었던 시간의 수만큼이나 깊어진 감정이 목소리에 맺혔다. 시즈쨩. 이자야는 고개를 숙인 채 그의 옷깃을 잡는다. 고개숙인 그의 얼굴이 한껏 일그러져 억눌린 신음을 토해냈다. 약속, 기억해? 아주 오래전에 약속이다. 그가 기억하지도 못 할 만큼 오래전의 약속. 아마도 까맣게 잊었겠지. 그러나 이자야의 머릿속 한 켠에서 항상 떠나지 않고 그려지던 그때의 약속. 그때 흘러지나가던 소음들, 여름날의 바람 냄새. 시즈오의 표.. 2013. 4.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