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전체 글73

썰계 2013년 8월 26일 안녕. 너는 꼭 잠들기 전에 나에게 인사했다. 잘자, 좋은 꿈 꿔, 내일 봐. 이런 말들이 아니라 안녕, 하고 헤어지듯 인사를 고했다. 처음엔 대수롭지 않던 것들이 어느날 크게 다가오더라. 그건 네가 한 번 숨이 멎었을때의 일이다. 그 날은 더웠다.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계절의 끝자락임에도 불구하고 더위가 가시지않아 너는 잔뜩 짜증을 내던 터였다. 날씨와 온도는 인간의 힘으로 해결되는게 아니라고 화를 냈더니 그걸 충분히 이길수있는 문명이 있지않느냐고 말했다. 나는 사실대로 전기세가 무섭다고 말했다. 너는 구석에 있는 선풍기를 꺼냈다. 잠이 들기 전, 항상 투닥거리던것과 다르게 너는 그때에 항상 기도하듯 숨을 가다듬고 차분하게 내 손을 잡는다. 그리고, 안녕. 그런 기분이었다. 평소에 아무렇지 않게 봤.. 2016. 1. 20.
유정인호 썰1 *2012년 6월 1일 트위터 썰 문득 그러한 꿈을 꾸었다. 엉망이된 방한켠에서 울부짖다가 자신의 몸에서 세어나오는 눈물이 핏물이 되어 방안을 가득 채우는 꿈. 그것을 보며 울부짖다가 빛이 세어들어오는 방문 틈새로 자신보다 조금 어린 동생이 넋이 나간 얼굴로 멍청하게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그런꿈. 그리고 그 모습이 하도 우스꽝스러워서 터져나오는 울음과 온몸 구석구석을 저릿하게 만드는 통증에도 저도 모르게 설핏 웃고말았다. 온 방안에 울음과 웃음과 눈물이 채워진다. 그러다 문득 너무 서럽고 억울해서 딱딱하게 굳어버린 동생을 향해 뭐라뭐라 지껄이다가, 잠에서 깨어나버렸다. 벌써 7년전의 일이었다. 꿈은 꿈이되 현실인 이 꿈은 이미 오래전에 지나간 과거였다. 그녀는 눈물로 얼룩진 얼굴을 닦아내고, 자리에서 일.. 2016. 1. 13.
유정인호 치비인호 *2012년 글 "인호야." 놀이터에는 대여섯명의 아이들이 한손에 각기 다른 길이의 막대기를 쥐고 어디론가 달려가고 있었다. 그 끝에서 신이난듯 이제 막 아이들을 뒤따라 달리려던 꼬마 하나가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자리에서 멈춰섰다. 천천히 돌려진 고개와 쭉 찢어진 눈꼬리가 자신을 쏘아보는 것에 유정은 환히 웃었다. * 매섭게 올라간 눈꼬리가 더욱 귀여운 꼬마를 만나게 된건 지난 12월쯤. 으레 그렇듯 그해 겨울도 매서운 바람이 아무도 없는 공터안을 맴돌고 있었다. 유정은 그날 그 공터를 지나가다가 우연히도 추위에 떨고 있는 작은 고양이 한 마리를 발견했다. 어미가 버리고 간것인지 아니면 어미도 이 추운 겨울을 버티지 못하고 먹이를 찾아 헤매다가 죽어버린건인지 혼자 차가운 시멘트 바닥에 몸을 누이고 벤치 .. 2016. 1. 10.
치인트 인호 짝사랑하는 글 *2012년 엄청 짧은 썰 입안을 껄끄럽게 만드는 그 한마디를 꺼내지 못해서 타들어가는 가슴을 움켜쥐었다. 사랑하면 모든 것이 아름다워 보인다고 그 누구가 말했던가. 세상 만물이 아름다워 보이고, 빛 무리가 눈앞에서 춤을 춘다고 그랬다. 그러나 그것이 거짓인지, 진실인지 그는 인식하지 못했다. 난생처음 하는 사랑이라는 감정은 그의 세상을 온통 암흑, 고통, 괴로움 속에 존재하게 했어도, 일말의 달콤함은 보여주지 않았던 탓이었다. 하아... 뿜어져 나온 숨에서마저 그를 그리는 그의 애절함이 담겨있는 것만 같다. 전하지 못하는 말을 입안에서 되새겨 보던 그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가볍게 튕겨낸 담배꽁초를 발로 짓밟고 그는 정처 없이 발걸음을 옮겼다. 사실 그는 담배를 피우지 않는다. 아니, 담배를 피우지 않았.. 2016. 1. 10.